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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만, 러닝 해라!

운동하는 사람들은 근육통을 즐겨야 한다 ㅎㅎ

by 냥냥별



아픈 만큼, 뿌듯할 때가 있다.




남편과 내가 좋아하는 러닝 *튜버는 지방 대회 입상자에 자주 들어가는 엄청난 실력자다. 그러면서도 계속 개인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즉, 시간을 조금씩 더 단축시키고 있다는 말이다. 이분이 대회에서 뛰는 방법은 처음부터 빠르게 계속 뛰어가는 게 아니라(물론 우리 초보들 보다는 엄청 빠른 속도겠지만 ㅠ.ㅠ), 조금씩 점점 속도를 높여가면서 후반부에 가장 빠른 속도로 뛰는 것이다. 이 방법이 전체 기록을 좋게 만드는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본인도 언급을 했고, 다른 러너들도 많이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면 참 쉽지가 않다. 초반에 힘들 너무 쓰면 빨리 지치고 퍼진다는 것은 잘 알고 있어 그건 지키고 있지만, 그렇다고 후반부에 속도가 빨라지지는 않았다. 마음은 그렇게 하고 싶지만 다리가 따라주지 않았다. 매번 마라톤 대회에서 뛸 때마다, 후반부엔 내 허벅지가 돌덩이처럼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결국엔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속도를 유지하는 것에 그치거나, 후반부에 더 느려지면서 끝이 나고 만다.


나의 허벅지는 오르막이 있으면 더 빨리 아파온다. 오르막을 오를 땐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허벅지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피로가 많이 쌓인 후반부이면 그 아픔은 더 심하다. 그래서 보폭을 최대한 좁게 하고 땅만 보고 천천히 뛰어가지만, 견딜 수 없을 지경에 이르면 뛰는 것을 멈추고 걸어갈 때도 있었다. 요즘은 걷는 것만은 하지 않으려고 끝까지 참아보지만, 평지에 도달하고 나서도 회복이 빨리 되지 않는다. 호흡도 괜찮고 너무 더워서 힘든 것도 아닐 때에도, 이 허벅지가 무거워지는 바람에 속도가 쭉쭉 느려지게 되는 것이다.


남편과 평소에 훈련할 때도 오르막 길이 나오면 나는 항상 뒤처지곤 했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남편에게 이 부분을 이야기했더니 업힐(up hill) 훈련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우리 집 근처에 가끔씩 가던 작은 산이 있는데, 거기를 걷지 말고 뛰어서 올라가 보자는 것이었다. 마침 내가 좋아하는 그 러너도 산에서 훈련하는 영상을 올린 터였다. 남편과 함께 그 영상을 보면서, 주로 평지가 많은 곳에서 훈련해 온 우리에게 꼭 필요한 훈련법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등산로는 언덕뿐만이 아니라 내리막도 있고 지면도 다양하게 변하기 때문에, 허벅지 물론 종아리나 발목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오르막'이라면 거부감부터 드는 나였지만, 주말에 등산로 러닝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대신 미끄러지지 않도록 트레일 러닝용 운동화를 신고 갔다.(남편이 이런 장비 구매는 엄청 빠르다 ^^;; 사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신발이 또 늘었다ㅠ.ㅠ ) 집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천천히 몸을 풀며 뛰어가서,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고는 다시 뛰어 올라갔다. 역시 아무리 천천히 달려도 오르막에서는 느낌이 바로 왔다.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허벅지에 자극이 오기 시작했다. 마치 스쿼트 할 때처럼 근력운동을 하는 느낌이었다. 처음엔 그 정도였지만 계속 멈추지 않고 달려가니 허벅지가 아파오고 숨도 빨리 가팔라졌다. 그래서 결국 도중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최대한 달려갔다가 걸어가기를 반복하며 목적지의 3분의 2 정도까지 도착했다. 지난번에 그저 산책을 하며 걸어 올라갔던 나무 데크로 만든 길이 보였다. 계단이 아니라 러닝 하기 좋은 지면이긴 했지만, 계속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구조였다. 그곳을 끝까지 올라가면 정상이었다. 남편은 이제 마지막이니 여기서 정상까지 달리기를 멈추지 않고 올라가 보자고 했고, 나는 안 될걸 알면서도 일단 알겠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마지막 구간은 금방이라도 허벅지가 터질 것 같은 아픔을 가져다주면서도, 올라갈수록 점점 더 멋진 경치를 보여주었다. 나는 어떻게든 끝까지 참아보려고 애를 썼다. 정말 짧은 보폭으로라도 멈추지 않고 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왜 그렇게 길이 끝나지 않는지, 생각보다 너무 긴 코스였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정상에 도착했다. 걷지 않고 올라가기 성공이었다.


그렇게 정상을 찍고, 다시 뛰다가 걷기를 반복하며 산을 내려왔다. 나는 올라갈 때보다 오히려 내려갈 때가 더 조심스러웠다. 자칫 잘못하면 발목을 삐거나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정말 조심하면서 내려왔다. 이 훈련의 여파로 며칠간 허벅지에 일명 '알이 배긴' 느낌으로 일상생활을 하였지만, 오히려 기분은 좋았다. 이렇게 근육통이 생겼다는 건, 내 허벅지가 힘든 훈련을 참아냈고 근력이 생기고 있다는 증거이니까. 앞으로도 주말에는 종종 산에서의 훈련을 이어나가야겠다. 특히나 지금처럼 더워지는 계절엔, 그늘이 많고 바람도 솔솔 부는 산에서 러닝 해보길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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