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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가족모임으로

함께 달리면, 같이 건강해진다

by 냥냥별


가족과 취미가 같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좋아하는 분야가 같고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사이가 돈독해진다. 일단 공감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아져 자연스레 대화를 많이 하게 되고, 즐거운 순간이 함께 하다 보면 좋은 추억도 많이 쌓인다. 우리 집은 아빠와 아들이 게임을 하면서, 엄마와 딸이 아이돌을 좋아하면서, 그리고 때로는 다 함께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돈독한 사이는 남편과 나다. 우리의 취미 중엔 같이 좋아하는 게 있고 각자만 좋아하는 것이 있는데, 같이 꾸준히 즐기고 있는 것이 바로 '러닝'이다.


부부 사이에 대화가 없어지면 자연스레 사이도 멀어진다는데, 우리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각자 일을 하고 있거나 다른 약속으로 떨어져 있을 때에 자주 연락을 하는 건 아니다. (그럴 땐 거의 생사 확인만 함 ㅎㅎㅎ) 둘이 같이 있을 때 일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러닝에 대한 토론을 많이 한다. 예를 들어 같이 시작한 초보러너이기에 어떻게 하면 안 아프게 뛸 수 있을지, 기록을 단축시킬 수 있을지 각자 조사한 정보를 공유하거나, 훈련일정과 대회참가에 대한 이야기 들이다. 최근에는 같은 시기에 둘 다 부상을 입고 아파하면서 부상 관리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이 좋은 취미를 다른 가족들과도 함께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의 주최로 작년부터 일 년에 한 번씩 가족 모두 마라톤에 참가하는 날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3대가 전부 근처에 살고 있기도 하고, 마침 봄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열리는 마라톤이 있었다. 그래서 어린이도 가능한 5km 라면 참가에 의의를 가지고 이벤트를 벌일 만했다. 다행히 다른 가족들도 흔쾌히 응해 주었다. 이렇게 3대가 다 같이 마라톤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고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썩 내켜하지는 않아 보였다. 작년에 한 번 해보니 힘들긴 힘들었던 것이다. 그러자 남편은 머리를 썼다. 기록 향상을 많이 한 1,2,3 등에서 상금을 걸어 참가 의욕을 높여보기 했다.


4월 말, 벌써 많이 더워진 날씨에 작년과 조금 달라진 코스, 더 많아진 참가자들, 그런데 부족한 진행요원과 미숙한 행사진행으로 이날 마라톤은 답답하고 짜증 나는 순간이 참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들은 모두 완주에 성공했다. 아이들도 최선을 다해 달려 저번보다 향상된 기록을 보여주었다. 역시 상금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나는 남편과 10km를 뛰면서 지난 대회 때보다 기록을 조금이라도 향상할 계획이었으나, 처참히 무너졌다. 코스도 힘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참가자가 너~~~ 무 몰려 있어 계속 이리저리 길을 찾아 추월해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인지 페이스 메이커를 해주는 남편의 속도를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아쉽지만 다음 대회를 기약하며 마지막엔 그냥 천천히 남편과 손을 잡고 결승점을 통과했다.


우리는 완주매달을 들고 기념사진을 남기고는 다시 동네로 돌아와 함께 뒤풀이 시간을 가졌다. 함께 고기를 구워 먹으며 술도 한 잔 하고, 시상식도 했다. 물론 이날 마라톤 대회에 대한 뒷담화도 안주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대회가 좋았든 안 좋았든, 내일부터는 오늘의 이 시간들이 우리 모두에게 추억이 될 것이다. 한 번씩 사진을 보면서, 혹은 다음 모임에서 또 안주거리로 꺼내면서, 함께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순간을 떠올리며 우리 가족을 돈독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러니 중간에 걷더라도 한 번쯤은 가족들과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보길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우리 뭐 완주 메달 하나쯤은 다 집에 있잖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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