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게 해서,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 ㅠ.ㅠ
한쪽 다리의 통증이 쉽게 낫지 않아 몇 주간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다. 어떤 한 부위만이 아니라 여러 곳이 돌아가면서 아프다는 신호를 보냈다. 우리도 지쳤다고, 그만 쓰고 좀 쉬라는 신호인가 싶어서 욕심을 버리고 그저 쉬었다. 그렇게 3주 정도를 달리기를 거의 안 하고(1주일에 한 번씩 괜찮은지 확인 정도만 하고...), 집에서 덤벨 운동 같은 기본 운동만 했다. 앞으로도 다리가 안 아프려면, 장거리 러닝에도 견딜 수 있는 근력을 길러서 튼튼한 다리를 만들어놔야 하기 때문이다.
벌써 다음 대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 다시 다리 점검을 해보기로 했다. 발목은 아직 100% 좋은 상태로 돌아오지 않았지만, 무릎과 종아리 옆 라인이 당기면서 아픈 건 사라진 것 같았다. 그런데 걸을 땐 괜찮다가도 달리기 시작하면 또 통증이 올라올 수 있어서 조심스러웠다. 대회날까지 일주일을 안 뛰고 더 쉬느냐, 아니면 지금 점검을 해보고 몸을 좀 풀어놓느냐 결정을 해야 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천천히 조깅을 하면서 다리 성태를 다시 살펴보자는 것이었다. 뛰다가 혹시 통증이 올라오면 즉시 걷거나 쉬기로 하고 말이다.
준비 운동을 충분히 하고 남편 뒤를 따라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자주 가는 근처 해변도로를 뛰는 코스였다. 나는 제발 안 아팠으면, 안 아팠으면 하는 기도를 하며 한 발 한 발 내디뎌 보았다. 그러면서 그동안 러닝 선배님들의 영상을 보며 공부했던 방법들도 적용해 보려 신경 썼다. 양발은 너무 벌어지지 않게 11자를 유지한다, 점핑을 하듯 탄력 있게 땅을 내딛고 올린다, 발을 몸에서 너무 멀리 내딛지 않고 몸 아래에 딛는다 등등. 달리는 속도는 올라가지 않도록 유지했다. 빠르게 뛸수록 다리에 더 무리가 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1km를 버티고 2km, 3km를 버티었다. 그전에는 2~3km만 뛰어도 통증이 올라왔었는데, 오늘은 아직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계획했던 대로 출발지까지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기로 했다. 속으로 기분이 좋으면서도 혹시 중간에 또 다리가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내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오늘 내 다리는 끝까지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고맙고 대견했다. 잘 버텨 주어서 고맙고, 잘 회복해 주어서 대견했다. 조깅이지만 오랜만에 6km 정도를 뛰고 나니 상쾌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다음 대회에도 참가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이제 남은 일주일 동안은 하루 걸러 5km 이하로 조깅을 하면서 러닝 감각만 잃지 않도록 준비를 해야겠다. 미안하다 다리야! 앞으로도 널 소중히 사용하고 관리도 잘할게. 나와 함께 더 튼튼하게 성장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