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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러닝 해봤어??

꽃길, 사진만 찍지 말고 달려봐!!

by 냥냥별



나에게 달리기는 힐링이다.




일요일 오후 남편과 함께 10km 러닝을 하러 갔다. 지난 일주일 동안은 최대한 달리기를 쉬다가 오랜만에 긴거리를 달려보는 것이었다. 대회에서 첫 하프코스 완주 후 다리 통증이 꽤 오래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대회에서는 대회약빨(?) 때문인지, 걱정했던 것 보다 완주 후에 많이 아프거나 힘들진 않았다. 그래서 ' 오~ 나 하프정도는 거뜬한 몸이었어?' 라는 생각으로 우쭐했었는데, 집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는 순간 걷기가 힘들어졌다. 발목을 비롯해 여기저기가 땡기며 걸을때마다 곡소리가 났다. 그래서 며칠은 스트레칭만 하고 달리기는 쉬었다. 그러다 너무 쉬면 더 몸이 안 풀리는가 싶어, 3일 뒤 살짝 5km정도 뛰어보니 아직 통증이 남아 있어 또 쉬었다. 그렇게 첫 장거리 대회 참가의 후유증을 체험하고 있었다.


그런데! 날씨가 좋아도 너~~~무 좋았다. 그냥 집에서 드러누워 있기에는 좀이 쑤시고 지루했다. 4월 초라 봄꽃들이 만개하여 다들 꽃놀이를 가던날, 우리는 살살 회복 조깅을 하러 가기로 했다. 남편 회사 근처, 러닝과 자전거 타기 좋게 조성되어 있는 하천 트랙이었다. 그 길은 그 신도시에서 인근 해수욕장 근처까지 아주 길게 이어져 있어, 10km이상 러닝을 할 때 종종 이용했었던 곳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해수욕장 쪽에서부터 올라가는 게 아니라, 중간쯤에서부터 시작해 아예 반대쪽으로 더 올라가보기로 했다.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주로를 경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예상은 했지만, 우와~ 사람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강아지와 가족들, 연인들, 혹은 친구들끼리 예쁜 옷을 입고 나와 다들 사진을 찍느라 난리였다. 그도 그럴것이, 하천 트랙 옆으로는 벛꽃과 개나리를 비롯한 봄꽃들이 예쁘게 웃으며 사람들을 반기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지자체에서 특별이 심어놓은 튤립존은 촬영 장소로 인기 폭발 중이었다. 나와 남편도 조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꽃구경을 하게 되었다. 눈으로는 꽃들을 바라보며, 발로는 떨어지는 꽃잎을 밟으며 뛰다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길고 긴 꽃길 속을 끝없이 달려가는 순정 만화속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었다. 그 순간은 나들이 나온 많은 사람들을 사사샥 지워버리고, 오직 앞서 달려가는 남편과 나만 있는 그림이었다. 이게 힐링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와 불편한 현실과 맞딱드려야 했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에서는 이리저리 피해 가느라 달리기가 중간 중간 멈춰지기도 했고, 3~4km정도 오른쪽 다리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서 남편을 먼저 보내고 나는 조금 천천히 가기로 했다. 1~2분 걷다가 다시 뛰면 괜찮다가, 다시 달리면 또 찌릿찌릿하고 그러기를 반복했다. 역시 예전 컨디션으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또 다음 대회가 몇 주 남지 않아, 앞으로 어떻게 훈련을 해 나가야 좋을지 이런 저런 걱정이 들었다.


그러다, 늦게 오고 있던 나를 기다리다 다시 내려오는 남편을 만났다. 길 끝에 큰 저수지가 있는 것 같다며 같이 가려고 기다렸다고 했다. 나는 다시 힘들 내어 살살 뛰어 갔는데, 오르막이 끝나는 곳에 펼쳐진 공간을 보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넓은 저수지를 둘러싸며 나무 데크길이 깔려 있었고, 그 곁에는 또 꽃나무들이 드문드문 자리 잡고 있어 평온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 길을 달리며 경치를 만끽하니 또 다시 기분이 좋아져 버렸다.



'그래... 무리 하지 않고 관리 잘 하면, 부상과 통증은 서서히 사그라 들겠지...^^ 마음을 비우자! '



이것이 아름다운 자연의 마법인건가? ㅎㅎ 초조하고 우울하던 마음이 점차 차분해졌다. 한 번씩은 이렇게 새로운 주로나 풍경이 좋은 곳에서 달려보는 것이 꼭 필요한 것 같다. 그러면 달리는 것만으로 운동 뿐만 아니라 마음 힐링의 시간도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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