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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걷고 있는 거 맞나요??

내 다리지만 내 맘대로 안 되는구나 ㅜㅜ

by 냥냥별


사람들마다 걸음걸이는 다 다르다.



나도 내가 정석의 바른 걸음걸이는 아니란 걸 알지만, 남편처럼 '팔자걸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러닝을 시작하면서 여러 정보를 습득하던 남편은, 생전 생각도 안 하던 걸음걸이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11자'로 다리를 붙여 뛰는 게 좋은데, 본인의 오랜 '팔자걸음' 습관을 고치기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어느 정도 11자로 걷거나 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큰 착각이었다.


일단 내 모든 신발은 뒤꿈치 부분은 항상 비스듬하게 닳아 있다. 나는 오래 신으면 누구든 뒤꿈치 부분은 닳는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자기는 아니라는 남편의 말을 듣고 집 신발장을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남편과 아이들의 신발과는 달리, 유독 내 신발들만 그런 모양새로 닳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가 남들과는 다른 걸음걸이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래도 신발만 그렇게 빨리 닳을 뿐 사는 데 별 지장은 없겠거니 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얼마 전부터 신발을 신고 걸으면 오른쪽 발목 바깥쪽 부분이 자꾸 따가워졌다. 처음엔 새 신발이라서 그런가 했지만 아니었다. 오래 신어서 내 발에 잘 맞았던 신발을 신어도 마찬가지였다. 양말을 벗고 자세시 살펴보니, 그 부분이 많이 쓸려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넓은 밴드를 붙이거나 테이핑을 하지 않으면 아파서 못 걸을 정도의 지경에 이르렀다. 아니 멀쩡하던 신발들이 왜 오른쪽만 안 맞는 걸까? 내 오른쪽 발의 모양이 바뀌기라도 한 것일까?


원인을 찾기 위해, 남편이 내 뒤를 따라오며 내가 뛰는 자세를 살펴봐 주기로 했다. 얼마 후에 남편은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었다. 내가 달리면서 오른쪽 발을 돌리며 바깥쪽 뒤꿈치를 끌어서 올리는 이상한 습관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그 정도로 이상한 습관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저 뛰다가 힘들어 집중이 살짝 풀리면 발이 약간 벌어질 때도 있겠거니 했었는데, 그 보다 더 심각한 상태였다.


이것을 안 이상, 일단 당장이라도 바로 잡고 싶었다. 그래서 그날부터 조깅을 할 때 엄청 신경을 써서 오른쪽 발을 내디뎠다. 자꾸 뒤로 빠져 끌리지 않게 발바닥을 빨리 때며 앞으로 내딛는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5km 정도를 뛰었는데 웬걸,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내가 너무 과도하게 의식한 탓인지, 오른쪽 발목부터 다리 전체가 당기면서 아프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계단을 오르내릴 때 너무 아파서 게처럼 옆으로 걸어야 했다. 다음 마라톤 대회가 불과 일주일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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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운동을 며칠 쉬면서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물리치료를 받기로 했다. 사진을 찍고 진료를 받아보니 오른쪽 발복부근에 염증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일시적으로 부어서 신발에 쓸리게 되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 잘못된 걸음걸이가 발목에 무리를 주고 염증이 생기게 한 것일까? 며칠 지나자 아픈 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아직 원래의 컨디션은 아니다. 왜 그동안 내 걸음걸이와 뛰는 습관을 상세히 체크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들고, 이 오랜 습관을 과연 고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고치려고 했더니 벌써 이렇게 더 아프니 말이다.


무엇을 하든 정말 기본이 중요한 것 같다. 공부할 때 기초를 잘 알고 넘어가야 그다음 공부도 습득이 잘 되듯이, 운동도 기본자세가 바르게 되어 있어야 부상도 없고 실력도 향상시킬 수 있는 것 같다. 걷고 뛰는 건 우리 일상에서 늘 있는 일이라 러닝도 쉬울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하면 할수록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끝없이 내 몸을 연구하고 실험하고 바로 잡아가야 할 운동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처럼, 때로는 회복을 위해 잠시 쉬어 갈 때도 있어야 한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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