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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시작한 이유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

by 냥냥별

본격적으로 운동이란것을 시작한 건 5년전이다.


그 전까지는 운동을 좋아하는 남편이 헬스장을 끊거나, 운동기구를 하나 둘씩 사 모을때 아무 관심도 없었다. 나에게 근력운동 좀 하라고 잔소리를 할 때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 그렇다고 운동이나 스포츠를 기겁하고 싫어하는 것도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는 짧게나마 장거리 달리기 선수를 하기도 했고, 고등학교때까지 체육시간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무엇보다, 먹는 것을 좋아하면서 통통한 체질로 타고 났던 죄로, 사춘기 즈음부터는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을 했다. 물론 운동보다는 굶는 것에 더 집중한 나머지 요요현상이란것을 경험하며 절망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20살이 넘어서부터는 대학생활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고단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기에,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마음만 있다면 그 와중에도 짬을 낸다면 낼 수 있었겠지만, 시간이 날 때는 주로 누워 있거나 운동보다 더 재미난 것들을 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사실, 밤새도록 놀다가 다음날 아침 또 학교를 가거나 출근을 하던 체력이었기에, 운동의 필요성크게 깨닫지 못했었다. 그러다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둘이나 생기면서, 온전한 나의 시간은 점점 더 사라져 갔다. 시간이 생기면 그저 잠을 더 자고 싶을뿐이었다.


어느덧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정도로 자라고 나니, 내 시간도 조금씩 생기면서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 혹은 나를 위한 일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저 짬이 날때 누워서 TV나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는 게 다였다. 그때부터 나는 뭔가 변하고 싶었다. 그저 직장에 나가 일하고 집에 와서 집안일을 하며 남편과 아이들을 챙기는 매일 똑같은 일상 중에, 단 한시간 만이라도 나를 위해서 쓰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한 것이 지금 이렇게 글쓰기의 시작이 된 동화책 만드는 수업을 듣는 것이었고, 그 다음이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2020년 1월, '꾸준히 운동하리라!!'는 쉽지 만은 않은 새해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새해가 되면 누구든 마음 먹어보는 흔한 계획 중 하나였고, 또 무너지기도 쉬운 계획이었다. 하지만 어렵게 작심 3일을 넘기고, 한달을 넘기고 6개월을 넘겨 1년을 실천했다. 뭐 거창한 운동이랄 것 까지도 없는, 그저 집안에서 동영상을 보고 따라하는 근력유산소 운동과 집 근처 공원을 걷거나 뛰는 것이 다 였지만, 꾸준히 했다는 것에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이렇게 1년을 하고 나니 어느새 습관이 되어, 그 후로도 일주일에 3~4일은 꾸준히 이어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켜보던 남편이 나에게 달리기를 같이 해 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그동안 몸을 키우는 운동만 하던 남편이, 이젠 유산소 운동으로 뱃살을 빼고 싶어서인지 러닝에 관심이 생긴 무렵이었다.


그렇게 남편과 함께 근처 공원과 산을 걷다가 뛰다가 하고 있던 차에,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우리와 동갑인 연예인이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금요일 저녁이라 둘이서 한 잔하며 알딸딸해진 상태에서 벌떡 일어난 남편은 소리쳤다.


"그래!! 우리도 해보자!!"


뭐든 마음먹으면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남편 덕(?)분에, 나는 그 날로부터 본격적인 러닝의 세계에 입문하였다. 나름대로 공부도 하고 연습도 하며 두어달 준비를 마친 우리는, 난생처음 마라톤 대회라는 것에 참가하게 되었다. 우물안 개구리들이 드디어 큰 물을 처음 맞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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