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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코스의 맛!

by 냥냥별




나에게는 도전이었다.



러닝을 시작한 후로, 일주일에 3~4번은 뛰며 나름 꾸준히 훈련을 해왔지만 나에게 장거리는 먼나라 이야기라 생각했다. 내 시간이 별로 없는 워킹맘은 평일에는 5km 정도로만 뛰었고, 주말에 많이 뛴다고 해도 10km 정도였다. 사실 주말엔 더 먼거리를 뛰려면 뛸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일단 초보 러너인 나의 실력과 몸 상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힘. 들. 었. 다. 10km까지만 달려도 다리가 묵직해지고 숨이 차서 그만 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


물론 훈련 횟수가 쌓이고 쌓이, 속도를 천천히 해서 달리면 10km까지는 크게 힘들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남편은 러닝을 시작한지 6개월만에 대회에서 하프에 도전하고 1년 안에 풀코스에도 도전했다. 그런데 남편이 같이 하프를 신청해보자고 했을 때, 나는 계속 거절하였다. 내 실력은 10km까지가 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첫째, 부상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내 몸이 하프코스까지 뛰기에는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여겨졌다. 그런 상태에서 혹시나 무리해서 무릎이나 발목에 부상이 오면 운동을 오래 쉬어야 될 수도 있다. 둘째는 완주를 못 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10km 이상의 장거리 훈련을 거의 안 해왔기 때문에, 막상 대회에서 몸이 아프거나 쥐가 나서 끝까지 못 뛰게 될수도 있다. 그래서 대회에 참가했는데도 완주매달을 못 받아온다면, 러너로서는 너무나도 속상한 일일 것이다.


셋째는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대회에 나가서 그냥 완주하는데에만 의의를 가져도 충분하지만, 한번 두번 참가 하다보니 기록을 당기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다. 다음 대회에서는 1~2분이라도 더 단축하고 싶고, 더 잘해서 순위권에도 올라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대회에서 10km을 달려 결승점에 들어올땐, 바닥에 주저 앉아 한동안 숨을 몰아쉴만큼 온 힘을 다해서 달려왔었다. 그런데 장거리에서는 실력이 내 욕심을 만족시켜주지 못해 많이 속상해질 것 같았다.



그런데 첫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지 딱 1년이 지나, 또 다시 그 대회를 신청하게 되었다. 멋 모르고 냅따 뛰어 5km를 4위한 그 대회였다. 남편은 너도 그정도 훈련했으면 완주는 할 수 있을 거라며, 의미 있게 같이 하프를 신청해보자고 권유했다. 평소때같으면 '아니, 나는 좀 더 있다가~' 라고 대답했겠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좀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래, 1주년 기념으로 한 번 도전해봐?? ^^'



그렇게 해서 내 첫 하프코스 도전이 시작되었다.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 평소보다 더 많이 러닝 마일리지를 쌓고, 대회전에 15km 이상이라도 몇번 달려보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이치 않았다. 그리고 하필 대회 일주일전 쯤 오른쪽 다리에 통증이 생겼다. 그래서 그냥 마음을 내려놓고 훈련을 쉬어버렸다. 그리고 병원을 다니며 물리치료를 받고 빨리 회복되기만을 바랐다. 그래서 완주만이라도 할 수 있기를 기도했다. 다행히 통증은 많이 줄어들었고 대회에 참가는 할 수 있게 되었다.



sticker sticker


대회날, 항상 그랬던것처럼 설레었다. 대회장에 도착해 몸을 좀 더 풀었어야 했는데, 마라톤계의 큰 형님 이봉주 선수께서 팬싸인회를 하고 계시는 바람에, 남편은 그곳에 줄을 서 버렸다. 그래서 시간이 지체되어 부랴부랴 물품을 맡기고, 출발 준비를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뛰는게 나을지, 뒤에 힘이 빠질 걸 대비해 앞에 10km는 기록을 좀 단축시켜 놓을지, 고민을 하다 결정짓지 못하고 출발을 해버렸다. 1km까지는 길이 좁고 사람은 많아 빨리 뛰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2km 쯤 들어서부터는 추월해갈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조금씩 앞으로 나가 보았다. 역시 이번에도 대회빨이 발동했는지, 점점 속도를 올려봤는데 연습때보다 힘들지 않았다. 그래서 10Km까지는 평균페이스 5분 10초 대로 쭉 이어나가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10km를 지나고 힘이 좀 떨어질때쯤 남편이 준 에너지 젤을 먹었다. 그랬더니 다시 견딜만해져서 속도를 냈다가, 오른쪽 다리에 쥐가 날것 같은 느낌이 들면 조금 천천히 달리기도 했다. 그렇게 18km까지 이어나갔다.


내가 남편과 주말에 연습할 때 최대로 많이 달렸던 거리가 18km정도 였다. 이제 여기서 부터는 내가 한 번도 달려보지 못한 거리까지 뛰는 것이다. 허벅지가 점점 무거워졌지만 이상하게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났다.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서였을까? 3km, 2km, 그리고 마지막 1km 남았을때, 나는 남을 힘을 다 짜내어 전력질주로 결승점까지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 달려보았지만, 역시 다리는 내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도 걷지 않고 끝까지 달리고 또 달렸다. 결승점 가까이에서 많은 사람들의 응원소리가 나에게 마지막까지 짜낼 힘을 주었다.




"화이팅~화이팅!!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어요~ 다왔어요!!"




드디어 눈 앞에 결승점이 보였다. 너무 기뻤다. 내가 해내고 만 것이다. 나는 두 손을 올려 만세를 하며 이렇게 소리치며 골인했다.




"와~~~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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