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라도 더 빨라지는 기쁨을 느껴봐
내가 처음 러닝을 취미로 시작할 때에는, 단지 다이어트를 위한 유산소운동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 공복 유산소를 하면 살 빠지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는 정보를 어디선가 주워 들었던 것이 컸다. 그런데 그렇게 시작하여 꾸준히 달리기를 하면서, 단지 살이 빠지는 것뿐만 아니라 (사실, 몸무게가 크게 줄거나 하진 않았다 ㅠ.ㅠ) 체력이 좋아지고 다리 근육을 비롯한 몸 전체가 튼튼해진다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1km도 헉헉거렸던 내가, 점점 달리는 거리도 횟수도 늘려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서 내가 몰랐던 세계를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나 열정적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나 잘 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그들 앞에서 이 러닝 초보나부랭이는 한 없이 작아졌다. 하지만 반면에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나도 언젠가는 저 사람들과 비슷하게 달려보고 싶었다. 그래서 10위권 안에라도 들어가 보고 싶었다. 시상대에 올라가 상을 받는 상상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물론 5Km는 첫 대회에서 엉겁결에 받아보았지만 ㅎㅎ ) 아마추어 대회라고는 하지만 그분들의 기록은 거의 선수급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의 러닝 목표는 세워졌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지난 대회 때보다 조금씩 기록을 단축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 몇 초라도 말이다. 달리기에서 초단위는 절대 우습게 볼게 아니다. 장거리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달린 기록에서 1분을, 아니 30초를 줄이는 것도 엄청나게 힘든 일이라는 걸, 러닝을 해 본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예를 들어 10km를 달리면서 앞에 5km는 평소보다 더 빠르게 달려졌더라도, 점점 뒤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거나 다리가 아파서 속도가 점점 느려지게 되기 쉽다. 그래서 페이스 조절이 중요하다. 초반에 너무 욕심을 내지 않고 잘 유지하다가, 뒤로 갈수록 서서히 속도를 줄여가는 게(빌드업)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나에겐 가장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비슷한 속도로 끝까지 유지하는 건 어느 정도 되겠는데, 그것도 끝에 1~2km 정도 되어 힘이 빠지고 확 느려질 때가 많았다.
이번에 참가한 대회에서는 나는 두 번째로 하프에 도전했고, 남편은 두 번째로 풀코스에 도전했다. 한 번 해봤기에 얼마나 지루한 지 얼마나 힘든지, 아는 맛이라 더 두렵기도 했다. 그리고 바로 앞 대회에서 10km 기록 단축을 못 해 속상했던 기억도 남아 있었던 터라, 잘할 자신은 크게 없었다. 일단은 둘 다 다리가 아프지 않고 무사히 완주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아프면 치료도 받고 운동을 쉬어야 하니 그것 또한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목과 무릎에 파스와 테이핑, 보호대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대회에 참가했다.
일단 시작을 하고 보니 코스가 너무 좋았다. 나는 오르막길에 엄청 취약한데 이번 코스엔 별로 없었다. 그리고 도시가 아닌 외각지역이라 시골길 느낌도 나고 조용했다.(간간이 소똥 냄새가 나긴 했다 ㅎㅎ) 유유히 흐르는 강과 줄지어 반겨주는 가로수들 보며,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달리니 힐링 그 자체였다. 달리다 보니 몸도 풀리고 일명 '대회빨'의 기운을 받아 예상했던 시간보다 평균 페이스가 빠르게 유지되고 있었다. 그러니 또 욕심이 생겼다. 악으로 깡으로 끝까지 유지해서 첫 하프 기록보다 1분이라도 일찍 피니쉬 라인을 밟아 보고 싶었다. 다행히 중간에 다리가 크게 아프진 않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역시 몸이 무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다 13Km 이후부터는 평균 페이스가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 이러다가 앞에 잘 달려놓은 시간들을 다 까먹어버리는 건 아닐까 속상해졌다.
하지만 야구도 9회 말 투 아웃까지 가봐야 알고, 달리기도 결승점에 들어갈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나는 포기하고 싶어 하는 나를 다독이며 끝까지 끌고 나갔다. 점점 나보다 뒤에 있던 사람들이 나를 앞서 지나가도 내 다리는 말을 잘 안 들었지만, 마지막 남은 1km가 왜 그렇게도 멀게만 느껴지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끝이 오기는 온다. 어느덧 집결지였던 운동장이 시야에 들어왔고, 많은 사람들의 응원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리기를 멈추지 않고 결국 마지막에 점을 찍었다. 그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휴대폰으로 전송된 나의 기록을 확인해 보았다.
드디어 1시간 50분의 벽을 깨 부서뜨렸다!
와~~ 됐다!! 이제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