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니스
숙소를 나서다 다시 방으로 도로 들어갔다. 겹겹이 입었던 옷가지들을 던져버리고, 노트북이니 지갑이니 뭐가 잔뜩 들어 어깨를 짓누르던 가방을 내려놓고 카메라만 달랑 든 채로 길을 나섰다. 가만히 넋 놓고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햇살이 그대로 내리쬐었다. 맨 피부에 닿는 해가 기분 좋다.
니스에는 구름이 없었다. 비행기 궤적들만 가득했다. 하늘 위로 이리저리 얇고 길다란 비행기 자국들이 번졌다. 손가락으로 그 자국들을 가만 따라가보다 손을 더 뻗어 한 선은 우리 엄마가 있는 한국까지 이어보고, 다른 선은 런던까지 이어 두고 온 친구들에게 사랑을 담아 쭈욱 그었다. 저 비행선들은 어딘가로 향하는 설렘과 긴장, 사랑하는 이를 보고파하는 마음 같이, 많은 감정의 집합체겠지. 그 마음들은 각자 다른 곳으로 향하겠지만 하늘에 진한 자국을 남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