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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Jul 25. 2020

첫 월급

일상의 소중함



 옮긴 직장에서 첫 월급을 받았다.


 월급다운 월급을 받은 건 7반 만에 처음이다. 적지 않은 액수인 것 같은데 통장에 남는 돈이 없다. 초기 정착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지출이 생각보다 크다. 앞으로 예산도 안 나온다. 


 집 구한다고 빌린 대출금 갚는 게 제일 크다. 상환기간 넉넉히 잡고 갚아도 월급 절반 이상이 빠져나간다. 세종에 전셋집 구해도 이 정도면 서울엔 다들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 


 대출금  말고도 각종 고정지출이 있다. 보험료, 보육비, 관리비, 통신비에 그간 못 챙겨 드렸던 부모님 용돈과 중단하기 힘든 각종 후원금까지 더하면 정말 남는 게 거의 없다.


 생활비를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는데 물가는 왜 이리 비싼지, 장 한번 보러 가면 몇 개 안 집어도 일이십만 원은 우습게 넘는다. 사치를 하는 것도 사재기를 하는 것도 아니어서 지출을 더 줄일 수도 없다.


 한 달 수입과 지출을 맞춰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간 진짜 속 편히 살았구나."


 또래 친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하고 있던 걸 난 이제야 시작한다. 내 집 마련도 저축도 부모님 용돈도 애써 외면하면서 하고 싶은 거 하며 살아왔다. 나가 있을 땐  열심히 살았고 나름 고충도 있어서 몰랐는데 내가 제일 마음 편하게 지냈던 아닌가 싶다.


 꿈에서 현실로 복귀한 기분이다. 이상이니 정의니 부르짖는 것보다 매일의 일상을 충실히 사는 게 더 어렵다. 그리고 중요한 가치들은 보통 일상에서 만들어진다.


 회사에서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감당하고,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고, 번 돈을 적절히 소비하고, 여력이 있으면 필요한 곳에 후원도 보내고, 그렇게 나와 다른 이의 삶을 평범하게 세워가는 게 삶에서 제일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한국에 와서 철이 들고 있다.




덧. 좀 징징댔지만 사실 배부른 소리라는 것도 잘 압니다. 각자 삶에 고민이 있다는 정도로 이해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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