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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Jan 01. 2021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 백신 승인 기념

알아두면 쓸데없는 잡다한 사실들.


0. 공산품이든 박사학위자든 미제만 찾는 현실에, 유럽팀에 근무하는 영국 박사로서 유럽산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 백신 승인(이하 AZ 백신) 소식이 괜히 반갑다.


 물론 개인적인 이유로만 기분이 좋은 건 아니다. 익히 알려졌듯 AZ 백신은 대량생산에 더 유리하고, 냉장보관이 가능해 유통 및 접종이 용이하며, 가격이 저렴하여 저개발국가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미 생산해 놓은 물량과 내년 생산량을 합치면 연말까지 약 30억 회분까지 공급이 가능하다. AZ 백신에 더해 임상 3상 진행 중인 얀센과 노바백스까지 좋은 결과가 나오면 대유행 통제가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AZ 백신은 용법에 따라 효과가 제각각이고 자료 미제출로 유럽과 미국에서 승인이 연기되고 있어서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승인도 (다른 백신과 마찬가지로) 아직 긴급승인 단계이므로 앞으로 실제 접종 시 어떤 이슈가 있는지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백신 자체에 대한 평가는 진짜 전문가 분들께 맡기고...


 2020년 마지막 날 사무실에 나오긴 했는데 영 일도 손에 안 잡히고 해서 AZ 백신 관련 잡다한 팩트들 정리.




1. AZ 백신은 옥스포드대학 제너연구소에 의해 개발됐고 스웨덴-영국 합작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글로벌 임상, 생산 및 유통을 담당했다.


 옥스포드대 제너 연구소는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를 활용한 바이러스 벡터 백신을 개발하고 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인 메르스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참여한 전력이 있어서 이번 백신도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다.

 

제너 연구소 연구진들은 대규모 임상시험과 대량 생산을 위해 올 4월 말부터 아스트라제네카와 협력하기로 결정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세계 10위권의 다국적 제약회사로, 1998년 스웨덴의 아스트라AB와 영국의 제네카가 합병하며 설립되었다. 현재 본사는 영국에 있지만 회장은 스웨덴 출신인 레이프 요한손, 지난해 말 스웨덴 총리와 함께 한국에 방문하기도 하였다.


 '방역 후진국'으로 전락한 영국과 스웨덴 합작 회사의 백신이 팬데믹 종식을 앞당길 수 있다니 세상일 참 알 수 없다.




2. AZ 백신은 백신 판매로 이익을 남기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옥스퍼드 대학은 임상 3상 중간결과를 발표하면서 "우리는 팬데믹 기간 동안 수익 없이 백신을 공급할 것이며, 중저소득 국가엔 팬데믹 이후에도 계속 저가에 백신을 공급할 것입니다."라고 선언했다. 도스당 3~4달러로 저렴한 가격이 책정된 배경이다.


 백신 가격 자체를 낮추는 동시에 백신의 공평한 분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AZ는 WHO가 운영하는 코백스 퍼실리티에 1억 7천만 도스를 공급하고 인도혈청연구소를 통해 최대 10억 도스의 자사 백신을 중저소득 국가에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부자나라는 골라 맞을 수 있지만 가난한 나라는 AZ 백신이 유일한 희망이다(아니면 중국 백신...). 




3. 20여 개 파트너사와 함께 연말까지 30억 도스 생산을 목표로 한다.


 AZ는 20개 이상의 파트너사에 위탁생산을 맡겨 올말까지 30억 도스의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파트너사는 세계 최대 백신 제조업체인 인도혈청연구소(SII: Serum Institute of India)이며 작년 중순부터 제조에 들어가 이미 5천만 도스 이상 생산했다.  3월까지 월 1억 도스씩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SII에서 생산하는 AZ 백신은 Covishield라는 명칭이 따로 있다(코로나방패...).

 

 위탁생산에는 한국의 SK바이오사이언스도 참여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에서는 연 최대 5억 도스의 백신 생산이 가능하다.


 한국이 AZ백신을 위탁생산하게 된 데에는 한-스웨덴 정상 외교의 덕도 있다. 작년 6월 문 대통령의 스웨덴 국빈 방문 시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합의했고 아스트라제네카도 당시 한국 투자를 결정하였다. 이후 AZ 요한슨 회장과 동행한 스웨덴 총리의 답방 시 보건복지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MOU를 체결했고, 직후 발생한 코로나 사태에서 AZ 백신의 위탁생산으로까지 이어졌다. 국가의 순기능.




4. 영국의 빠른 AZ 백신 승인은 브렉시트와 무관하다.


 유럽의약청(EMA)과 별개로 영국만 따로 AZ 백신을 승인한 걸 두고 미리 브렉시트를 한 덕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전환기인 작년 말까지 영국도 의약품 사용을 위해 EMA의 허가를 필요로 했다.


단, 개별 EU 회원국은 필요한 경우 EMA 허가 전 의약품 사용을 긴급승인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이 있다. 영국은 해당 규정을 활용하여 화이자와 AZ 백신을 긴급승인 하였고, EU 법에 따라 실시된 것이므로 브렉시트의 혜택을 본 건 아니다.


물론 오늘부터(!) 영국은 EU와 완전히 결별하기 때문에 앞으로 영국 의약품 규제청이 단독으로 승인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예정이다.




길고 어두웠던 2020년이 가고 아직 끝이 보이지 않은 채 2021년이 왔습니다. 화이자, 모더나 백신에 더해 AZ 백신도 순조롭게 접종이 진행되어 올말에는 더 밝게 인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참고자료:

https://www.astrazeneca.com/media-centre/press-releases/2020/astrazeneca-and-oxford-university-announce-landmark-agreement-for-covid-19-vaccine.html

https://time.com/5925495/oxford-astrazeneca-vaccine-approval/ 

https://www.bbc.com/news/health-55302595

https://www.theguardian.com/global-development/2020/nov/23/oxford-astrazeneca-results-covid-vaccine-developing-countrieshttp://www.fortun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125

http://www.fortun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125

https://www.ox.ac.uk/news/2020-11-23-oxford-university-breakthrough-global-covid-19-vaccine

https://www.hankyung.com/politics/article/202007227774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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