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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Dec 14. 2019

남반구 라이프

월령 vs 계절?

 덥다. 


 더운 연말이 익숙지 않다. 


 춥고 어둑하고 성탄 장식도 반짝반짝 보여야 조금 설레기도 하며 해가 끝나는 느낌이 나는데, 해가 쨍하고 점점 더워지는 데다가 사람들도 다 반팔 반바지만 입고 다니니 연말 분위기가 영 안 난다. 


 그래도 크리스마스 시즌이라고 트리도 있고 조명도 해놓긴 했다만 8시까지 해가 안 지고 그 이후론 밖에 나갈 수가 없어서 무용지물이다. 연말 분위기는커녕 오히려 휴가비 마련을 위한 범죄가 기승을 부려 더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12월 범죄율이 연중 최고로 나온다. 


 보통 한국에 있으면 12월에 한 해를 정리하며 그간 있었던 일을 되돌아보고 다음 해를 계획한다. 송년회라고 사람들도 많이 만난다. 


 그런데 여름 한복판에 12월을 맞으니 전혀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송년회를 하는 것도 조금 어색하다. 북반구를 기준으로 정해진 월령과 절기가 여기서는 잘 안 맞는 것 같다. 



 요새 동료와 함께 기획하고 있는 연구가 하나 있다. 남반구로 옮겨 온 유럽인들이 이곳 생활패턴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는지 월별 출산율 변화를 통해 알아보는 연구이다. 


 유럽의 경우 보통 7월 - 10월 출생이 다른 달에 비해 많은 편이다 (겨울에 임신을 많이 하기 때문 - 이하 자세한 내용 생략). 남아공 이주 이후 유럽인들의 월별 출산율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면, 월령과 계절 중에 무엇이 사람들의 생활패턴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만약 여전히 7월 -10월 (남반구 겨울) 출생이 가장 많으면 월령이 더 중요한 것이고, 반대로 1월-4월 (남반구 여름) 출생이 더 많아지면 계절의 영향이 더 큰 것이다. 


 12월임에도 날씨가 더우니 연말 분위기가 잘 안나는 개인적인 경험으로 봐선 이주 초기엔 아무래도 월령보단 계절이 더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몇 년 더 살면서 생각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해보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생활패턴에 적응할 만큼 여기에 오래 살진 않을 것 같다. 



 그나저나 여름이 되니까 옷에 가려져 있던 특정부위의 살들이 도드라지기 시작한다. 박사과정 하고 아기 태어나고 하면서 한동안 몸매 관리에 신경을 안 썼더니 어느새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된 것 같다. 태어나서 두 번째로 식단 조절을 고민하고 있다. 아기 재우고 나서 먹던 야식부터 끊으려 하는데, 워낙 의지가 약해서 잘 될진 모르겠다. 






덧. (제목사진) 도준인 반팔인데 산타할아버진 코스튬 풀장착. 조합이 영 어색하다. 참고로 이 날 온도는 37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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