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요가, 수영, 등산 등 혼자서 즐기는 운동을 좋아했던 나와 달리, 남편은 좀처럼 몸을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 남편과 함께 땀 흘리며 즐거움을 나눌 운동을 찾던 중, 문득 배드민턴이 떠올랐다. 아파트 단지에도 코트가 있고, 어린아이들도 즐기는 모습에 손목이나 발목에 부담이 없을 거라는 나만의 기분 좋은 예상을 했다. 남편은 "네가 하자는 거라면 다 좋다"며 흔쾌히 동의했고,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의 배드민턴 여정은 시작되었다.
첫 수업의 기대는 첫 스텝부터 무너졌다. 나는 그저 공이 날아오면 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선생님은 포핸드와 백핸드 등 복잡한 자세와 스텝을 가르치며 기본 자세만 100번을 반복하라고 했다. "하나, 둘, 셋" 구령에 맞춰 몸을 움직였지만, 머릿속에서 그리는 완벽한 동작과 현실의 내 몸은 따로 놀았다. 엉성한 자세와 뒤엉키는 스텝에 "나는 왜 이렇게 못할까"라는 자책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나는 이 순간, 내가 얼마나 머리로만 생각하는 사람인지 깨달았다. 머릿속에는 마치 잘 만들어진 영화처럼 완벽한 배드민턴 자세가 있었다. 라켓을 들고, 우아하게 몸을 회전하며 정확하게 셔틀콕을 받아치는 나. 하지만 현실의 나는 그 영화 속 주인공의 불완전한 '그림자' 같았다. 내 몸은 결코 내가 머릿속으로 그린 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이것은 마치 **'진짜는 저기 어딘가에 있고, 내가 가진 것은 가짜 혹은 불완전한 모방일 뿐'**이라고 믿는 철학자의 생각과도 비슷했다. 이 격차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나는, 가볍게 즐기려던 배드민턴을 순식간에 치열한 자기수련의 장으로 바꿔놓았다.
두 번째 수업이 끝난 후, 나는 선생님께 물었다. "배드민턴을 배우기 가장 좋은 시기가 언제인가요?" 선생님은 망설임 없이 **"어릴 때"**라고 답하셨다. 어른들은 기초가 없어도 공을 치고 싶은 마음에 무조건 몸부터 들이대 부상의 위험이 크다고 했다. 그 말씀이 묘하게 나를 관통했다. 나는 그 반대다. 납득이 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사람. 공을 잘 치는 것보다 손목과 무릎이 먼저 걱정되는, 철저히 이론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나의 모습이 보였다. 나 같은 사람은 늘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행동에 앞서 수많은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한다.
수업 후 회원들과 함께 난타를 쳤다. 내게 온 셔틀콕은 1~2번의 랠리 후 맥없이 떨어졌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상대방이 눈치를 주지 않았는데도 나는 "이만하면 됐다"며 황급히 코트를 빠져나왔다. 분명 상대방은 괜찮았을 텐데,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저 사람도 재미있게 운동하러 왔는데, 초보인 나와 셔틀콕 줍는 시간을 더 많이 보내는 게 좋을까?' 스스로 질문하며 상대의 마음을 재단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곧바로 **'배드민턴 무릎에 미치는 영향'**을 검색했다. 무릎에 좋지 않다는 의견이 대다수라는 글을 보며,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거봐, 이 운동은 원래 나한테 안 맞는 거였어'**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배드민턴을 시작하기까지 수많은 이유와 의지가 있었는데, 하기 싫다는 마음이 생기자마자 그럴듯한 근거를 찾으려 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 심리적 안전지대인 '이론과 계획' 안으로 도망치려 했다. 모든 운동에는 퍼포먼스보다 **'기본 컨디셔닝'**이 중요하듯, 즐기기 위한 배드민턴보다 **'부상 위험 방지'**라는 명분이 먼저였다.
나는 무엇을 시작하기 전에 늘 계획을 세우고, 충분한 사전 조사를 한다. 그리고 한 번에 잘 되지 않으면 금세 **'시간의 효용성'**을 따지며 다른 길을 찾아 헤맨다. 이번 배드민턴 역시 그랬다. 빠르게 결과를 보려 하다가,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포기할 뻔했다. 이러한 나의 모습은 타고난 재능이 부족하다는 믿음에서 출발하는 **'고정형 사고방식(Fixed Mindset)'**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결국 모든 것은 '태도'의 문제였다. 회사에서도, 인생에서도, 공부에서도, 그리고 이 작은 운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해도 달라지는 게 없을 거야'라는 생각 대신, '이 작은 디테일 하나가 나를 변화시킬 거야'라는 **'성장형 사고방식(Growth Mindset)'**의 믿음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부딪히는 과정이 당연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꾸준히 나아가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많은 초보자들이 손목으로만 공을 치다 부상을 입거나, 장비 탓을 하며 자신의 부족함을 회피한다. 나 또한 그런 흔한 오류를 범할 뻔했다.
선생님의 "어릴 때 배우면 좋다"는 말씀이 다시금 떠오른다. 아마 아이들은 머리로 시뮬레이션 돌리기보다 일단 몸으로 부딪히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쓸데없는 잡념이 없어서일까. 나는 이제 시작했고, 남은 4개월간 꾸준히 해보기로 했다. 셔틀콕을 주우며 땀 흘리는 시간도, 어색한 자세를 바로잡는 과정도 모두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시간임을 받아들이려 한다.
이번 배드민턴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나의 조급함과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꾸준함과 태도의 가치를 배우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 그리고 남편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오롯이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