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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정민 Oct 26. 2020

겨우 그걸로도 견뎌낼 수 있지!

엄마의태도를 익히는 중입니다.

작은 마을에서 살게 될 걸 미리 알았다는 듯 쌍둥이로 태어난 두 아들은 서로가 친구다.  

한꺼번에 둘을 돌보느라 아찔하게 힘들기도 했지만, 4살을 넘기고 나서부터는 쌍둥이가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싶은 생각을 종종 하게 되었다.

 둘은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의지하고 있다.

물론 작고 사소한 일로 싸우고, 울고, 때릴 때도 있지만 작고, 사소한 부분까지 함께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혼자였으면 결코 겪을 수 없었을 다정한 침범을 은근히 즐기게 되었다고나 할까.


엄마 몰래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몰래 꺼내 들고선 방 문을 꼭 잠그곤 나누어 먹고 나온다. 화장실 세면대에 물을 가득 받아 놓고선 각자의 발판 올라가, 신나게 물놀이를 한다. 큰 마음먹고 산 비싼 영양크림을 둘이 나란히 앉아 푹푹 퍼선 서로의 얼굴에, 그것도 모자라 방바닥에 바르고 있다. 두배의 속도와 두배의 힘으로 집안 곳곳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저지레의 현장엔 예외 없이 둘은 함께 였다. 따로 놀다가도, 지금은 힘을 합쳐야 할 때라는 신호를 주고받기라도 하는 듯 “슬찬이야~ 이리 좀 와봐”라고 부르는데, 난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무슨 일이 생길 거라는 걸 알면서도 경계보단 기대를 한다.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저렇게 다정스레 부르는 거야? 가만히 앉아 내 할 일을 하면서도 어느새 귀는 아이들 쪽을 향해있다.


말썽을 부릴 땐 언제나 하나가 아닌 둘이라는 사실을 어느 날 깨닫고 난 후, 그 말썽이 못 말리게 귀여워져 버렸다. 혼날 때도 둘이니깐, 든든하다는 듯 서로를 마주 보며 깔깔 웃는 모습을 보면 화가 꿀떡 목구멍을 타고 도로 넘어가 버리곤 했다.

뒷정리 역시 두 배로 힘들었지만, 그래서 부글부글 속도 두배로 끓었지만 자꾸만 입에선 피식피식 웃음이 네 배로 새어 나왔다.

하나는 내 등을, 또 하나는 내 다리를 붙잡고선 “미안해요, 엄마”를 외치는 꼴은 정말이지 귀여워서 참을 수가 없었으니깐. 어쩌면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알았는지 모르겠다.

둘이서 엄마에게 빌면, 엄마의 화도 금방 풀려버린다는 것을.

고개를 이쪽으로 픽 돌리면 한 녀석이 “미안해요” 속삭이고, 모른 채 하려고 저쪽으로 고개를 픽 돌리면 또 한 녀석이 엄마를 애처롭게 부르고 있어 나는 언제나 금세 웃을 수밖에 없었다.    


 

혼자가 좋을지, 한 명이 더 있는 것이 좋을지 따위는 생각해 보기도 전에 둘로 태어난 아이들이었다.

나 역시 초보 주제에 덜컥 두 아이를 떠안게 된 건 마찬가지였고.

 오롯이 사랑과 관심, 손길을 받아야 할 때  기다림부터 배워야 했다. 둘이었으니깐.

젖이 먹고 싶어 앙앙 울어도, 엄마에게 안기고 싶어 방바닥에서 아등바등 소리를 질러도 빠르고 민첩한 반응 같은 건 얻을 수가 없었는데 저와 똑같은 애 하나 역시 제 옆에서 같은 상태로 울고 있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쌍둥이는 왜 울 때도 같이 울고, 쌀 때도 같이 싸는 거냐고 한탄 하곤 했는데, 그건 저 둘도 똑같이 느낀 마음이지 않을까 싶어 진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울리지 않을 수만 있다면 내내 안아줄 수도 있는데. 품에 안기지 못해 울고 있는 아이를 볼 때면 잘못한 것 하나 없이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아! 생활패턴이 똑같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바꿔보자.’

그 후부턴 15분 정도의 텀을 두 아이에게 주었던 것 같다.  다른 녀석보다 15분 먼저 젖을 먹이고, 트림을 시켜보는 거야. 그럼 똥오줌도 15분의 차이로 싸지 않을까? 하나를 먼저 재우고, 나 머니 한 녀석을 재워보는 거야.

얄팍한 엄마의 셈 따위는 통할리 없다는 듯, 갓난쟁이 두 아들의 통곡 공격은 더욱 거세지기만 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젖 먹이고 잠 재우며 손 끝으로 눈빛으로 살뜰하게 사랑해주는 이 일이 싫어지면 어쩌나 겁이 났다.



하, 방법은 이제 하나뿐.

어떻게든 살아질 거라고 믿자!

힘든일은 애쓰지 않고도 겪게되지만

기쁜일은 마치 보물찾기와 같다고 생각하는거야.


너희와 나 사이에 숨겨진 보물을

지금부터 모조리 다 찾을거야.

무작정 지금을 사랑해볼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애 하나가 울고 있어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 정도로 밖에 생각이 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잖아. 우린 둘이니깐. 누구 하나는 기다리는 건 당연한 거야!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대신 너흰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잠들 수 있잖아. 바등바등 대는 그 틈에 스리슬쩍 서로의 살갗에서 따스함을 느낄 수 있잖아. 뒤집기나 앉기처럼 혼자서 해야 하는 고독의 사투가 둘이니깐 좀 덜 외로울 거잖아. “어? 쟤봐라? 뒤집었네?” 알게 모르게 긍정의 자극도 받지 않을까?

기다려야 한다느니, 너 때문에 늦어졌다느니, 혼자였음 더 많은 걸 누릴 수 있다는 둥, 내가 받을 걸 나눠야 한다느니와 같은 마음은 그냥 치워버리자고.

엄마도 둘이라서 힘든 것보다, 둘이기 때문에 기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도록 할게.

둘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사를 찾아보도록 할게.

그렇게 마음을 먹어버렸다.       



우아하게(나는 앞뒤로 메야했으니깐) 아기띠를 장착하고 한 손엔 기저귀 가방을 들고선 우리 집에 친구가 놀러 왔다. 나였더라면 감히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법한 외출. 애 하나를 키우는 것도 실은 무지 힘든 일이지만 내가 너보다는 낫다는 심정으로 친히 집까지 방문해준 것. 얼마나 고맙던지.  

그리고 그녀는 내 꼴을 보고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집으로 돌아갔다.

혼자 애 둘을 보는 건 정말이지 환장 대 파티로 보였나 보다. 제 아이를 보면서도 어떻게 서든 내 아이를 봐주려고 고군분투를 몇 시간 동안 하고선 지친 채, 기력이 쭉 빠진 채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심심한 위로의 말 같은 걸 내게 해 주었더랬지.  

오늘은 좀 괜찮은 날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후로, 잘 지내고 있어. 할만해!라는 내 말을 그녀는 믿어주지 않았다. 됐어! 그게 뭐가 할만해. 난 못하겠더라!!  

정말 괜찮은데. 말하며 웃고 말지만.


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생기게 마련. 도망갈 방법 같은 건 도무지 찾으래야 찾을 수 없을 때가 있다. 덜컥 쌍둥이를 임신한 것처럼.

‘하나였으면’이라는 상상으로 스스로를 괴롭힐 때도 있었지만, 현실 상황에선 그건 도대체 쓸모라곤 없는 망상일 뿐.

그럴 때야 말로 필요한 것이 ‘생각을 달리 하는 관점’이라는 걸 두 아이를 키우면서 배웠다.

좋은 점, 기쁜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을 수 있는 행복에 더욱 집중하기.      



정신승리가 아니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실은 고된데 괜찮다고 우기고 있는 건 아니냐고.

몸이든 정신이든 하나는 이기는 편도 나쁘지 않잖아?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지만.

힘들지 않다는 게 아니다. 다른 부분이 좋을지 몰라도 지금 당장 눈앞의 고단함은 줄어들지 않는다.

해야만 하는 일은 언제나 그런 식이지 않던가.


하지만 다르게 바라보면, 또 다르게 생각해 보면 정말이지 다른 기쁨과 감사 같은 것이 보였다. 놓칠 뻔 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아쉬운 점, 힘든 점도 있지만 그것만큼 반짝, 눈부신 무언가가 서려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발견된 그 무엇 덕분에 몸도 마음도 위안과 위로를 얻게 되는데 나는 그것이야말로 ‘생각으로부터의 선순환’인 것 같다.


어차피 모든 것이 완벽한 인생이란 없는 법. 그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터.

다만 자신의 삶에서 얼마만큼의 행복을 길어 올리느냐는, 온전히 그 사람의 몫이다.

마치 인생은 성공 아니면 성장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것처럼.

실패 대신 성장했다고 생각하면 다시 일어설 때 힘이 덜 드니깐.


순전히 고마워서, 좋은 지혜를 준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도 그 마음을 심어주고 싶다.

인생을 4d로 보자고. 한 면만 보지 말고, 뒤도 옆도 위도 아래도 보자고. 가끔 킁킁 냄새도 맡고 말이야. 어느 지점엔 분명히 걸려있을 거야. '그래, 그건 좀 좋지!' 하는 구석이.  

겨우 그 구석으로도 견뎌낼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아.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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