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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아 Aug 08. 2020

함께 살아가는 것들에 대한 생각




나는 동물과의 교감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별로 관심 자체가 없고 특별한 추억도 부재한 탓이다. 한집 걸러 키우고 있는 애완견도 아직은 키울 계획이 없다. 제대로 돌보자면 책임져야 할 것이 너무 많아 회피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건조하기만 한 아파트 단지에도 따지고 보면 함께 살아가고 있는 동물들이 많다. 건물을 둘러싼 작은 원형의 공원에는 아침부터 수많은 애완견들이 산책을 한다. 

통통하게 살이 쪄 날기를 싫어하는 비둘기는 일전에 ‘먹이주기 않기’ 현수막이 내걸렸을 정도로 개체 수가 늘어나고 있다.


길냥이도 예외가 아닌데, 벌써 수년째 가까운 후배는 수십 마리 동네 길냥이들의 먹이를 책임지고 있다. 

‘언니는 아직 사람을 신뢰하나 봐. 그래서 동물과의 교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야.’라고 동물 애호가인 후배는 나에게 이야기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보통 대인관계에서 실망을 느낀 사람들이 많다면서....     

  

일 년 365일 하루도 빼지 않고 해지기 전 늦은 오후, 후배는 사료를 들고 길냥이들의 거처를 찾아 헤맨다. 신통하게도 먹이를 주는 사람과 먹이를 받아먹는 고양이들의 신뢰는 엄청난 것이어서, 서로를 귀신같이 알아보고 관계를 이어나간다. 


한 번은 먹이 주는 후배를 산책 겸 따라나선 적이 있는데, 그녀는 수십 마리 고양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소통하고 있었다. 냥이들의 날카로운 눈빛도 그녀 앞에서는 부드럽게 변했다. 

가끔은 다치거나 임신 중이어서 꼭 도움이 필요한 고양이들이 후배의 아파트 동으로 찾아와 운다고 할 때는 살짝 놀랍기도 했다. 동물과 사람이 그렇게 긴밀하게 통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자칭 캣테이커인 후배는 영하 십도 아래를 맴도는 한겨울에는 고양이집을 만들어 동사를 막고, 몇 마리씩 잡아 중성화수술을 시키는 것은 물론 중병에 걸린 놈들은 병원으로 데려간다. 버거움으로만 느껴지는 이런 일들을 기쁜 마음으로 해나가는 그녀를 볼 때 이기적 감정의 소유자인 나는 가끔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몇 달 전 중요한 볼일을 보러 나간 아들이 불과 몇 분 만에 다시 전화를 했다. 용건은 집 앞 공원에 비둘기 한 마리가 다쳐서 누워있으니 근처 동물병원에 전화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길냥이 두 마리가 다친 비둘기를 노려보고 있고, 해칠 거 같으니 자신은 눈을 뗄 수 없다는 다급한 목소리였다. 


나는 어이가 없었으나 근처 동물병원에 문의를 해보았다. 돌아온 대답은 조류는 취급하지 않는다는 냉정한 한마디 말뿐이었다. 어쩔 수 없으니 너는 니 볼일을 보러 가라고 해도 아이는 말을 듣지 않았다. 밖을 내다보니 공원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아이의 뒷모습이 보였다.

할 수 없이 수위 아저씨를 찾아 도움을 청했다. 

아저씨는 달갑지 않은 표정이셨으나 나를 따라나서 주었는데,  해결책은 겨우 꿈틀대는 비둘기를 쓰레받기에 담아 다른 쪽 풀 섶으로 버리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가 살짝 충격을 받은 듯했다. 어차피 그곳에도 길냥이가 다니니 잡아먹힐 게 분명하고, 그걸 지나가는 어린아이들이라도 보면 엄청 놀랄만한 잔인한 모습이라는 것이 아이의 염려였다.

물론 고양이들은 먹잇감을 물고 구석으로 숨을 테고, 그것이 자연의 이치란 것을 몰랐을 리는 없다. 

그저 비둘기를 향한 측은지심이 발동한 것이었다. 아저씨의 손놀림이 너무 거침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본인의 갈 길을 멈추고 주저하는 아이가 염려되면서도 그 선한 마음이 안쓰러웠다. 나를 닮지는 않았나 보다. 

아이는 타고 난 동물 애호가였다.


함께 살아가는 것들에 대한 관심은 나에게는 언제나 어려운 것이다.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해답도 확실히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것을 향한 착한 마음과 염려들은 어쩐지 나를 순하게 만드는 것 같다. 살아있는 것들이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애처로움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다를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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