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살면 안되나요?

내가 나를 위해 말해야 하는 이유/ 솔직하게 표현하려면 어떻게 말할까?

by 남정하


비폭력대화에 '얄미운 단계'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이 힘들어하고 짜증 낼 때 상대 짜증의 원인을 나 때문이라 생각하지 않는 단계이다. 보통 다른 사람이 짜증을 내면 “ 내가 뭘 잘못했나? ” 짜증의 원인을 자신으로 가져간다. 눈치를 보고 위축된다. 성향에 따라 무시하든 다른 사람 기대에 맞추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행동한다. 얄밉다는 말이 붙은 이유는 자녀가 준비물 챙겨가지 않았다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 갖다 달라고 전화가 올 때 “ 그러니까 꼼꼼하게 챙기지 그랬어? 그건 네 문제야. 엄마 지금 멀리 있어서 못가!” 하는 것과 같다. 자녀가 짜증을 낼 때 “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본데. 네 짜증은 네가 해결해! 엄마한테 화내지 말고” 들을 때 냉정하고 얄밉게 들려서 붙여진 이름이다. 의존적인 단계에서는 다른 사람의 짜증의 원인이 자신 때문이라 생각한다. 상대 기분이 풀어질 때까지 불안해한다. " 얄미운 단계 “는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기 위해 기대에 맞추며 사는 정서적 의존에서 벗어난 상태다. 너는 너, 나는 나로 분리할 수 있다. 이때부터 다른 사람 기분만 소중한 게 아니라 내 기분도 소중하구나. 짜증을 내는 원인이 나 때문이 아니라 다른 무슨 일이 있어서 그렇구나. 살필 수 있게 된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나와 직접 연관시키지 않게 되면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얄미운 단계’는 종종 자신의 느낌과 욕구만 지나치게 표현한다는 오해를 듣는다. 이제 막 자신에 대해 말하고 표현하는 걸음마를 시작하고 있는 셈이다. 이럴 때 충분히 들어주고 따뜻하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고 지내 왔는지 이해한다면 ” 괜찮아. 얄미워도 괜찮아. “ 더 들어주고 싶어 질 것이다.






'얄미운 단계'에서는 남에게 맞춰 평안함을 얻는 만큼 남도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고 상대가 기대를 채워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의 불편한 느낌이 온전히 내 것이듯 다른 사람의 불편한 느낌의 원인은 온전히 그 자신의 것임을 명확하게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소중한 느낌과 욕구가 있음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 욕구뿐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도 표현할 수 있으며, 솔직하게 표현할 때 원하는 대로 들어준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자신이 필요한 도움과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서 채우려 하지 않는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기 시작한다. 태어나서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해 본 적이 없다. 처음 들을 때 이런 표현이 낯설고 당황스럽게 느껴진다. 다른 사람이 뭘 원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귀신같이 알아차리면서 자신이 뭘 원하는지 말할 때 입을 뗄 수 없다. 한동안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몰라 답답한 시간을 갖게 된다. “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요. 뭘 원해도 되나요? 내 것이 아닌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상대 기대에 맞추는 착한 사람으로 살아와서 나를 주어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불편하다. 우리가 싫어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바로 얄밉게 자신이 어떤지, 뭘 원하는지 말하는 사람이다. 얄밉게 이야기할 때 이기적인 사람처럼 느껴지나요? 비로소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걸음마를 떼는 시작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고 충분히 얄밉게 자신을 표현하라고 지원하고 싶다. 얄미운 단계를 거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경험한 사람은 애정 어린 눈길로 들어주고 받아줄 수 있을 것이다. 남편은 화를 내는 사람은 미성숙한 사람이라고 화가 날 때 화를 내지 않았다. 처음에는 정말 화를 한 번도 내지 않아서 성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나만 자책했다. 감정을 올바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탓에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용납하지 않고 억압하거나 회피하거나 생각으로 합리화해서 정리한다. 그러던 사람이 요즘은 화가 날 때 있는 대로 소리를 지르면서 화를 낸다. 남편이 소리 지르면서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는 걸 보면서 속으로 웃음이 나면서 안도감이 든다.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억업하지 않고 표출한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화가 났다는 걸 자신이 인정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올바르게 표현하는 길로 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고 인정하면 된다. 남편의 분노가 나 때문이라고 화를 내지만 감정의 원인이 남편 안에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지켜볼 수 있다. 나의 분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화를 내지만 화의 원인이 나에게 있다는 걸 명확하게 안다면 상대에게 상처가 덜 된다. 얄미운 단계는 정서적 해방으로 가는 과정이다. 사람마다 얄미운 단계에 머무는 기간은 다르지만 자신의 욕구를 당당하게 표현하기 시작할 때 자신감, 기쁨이 커진다. 표현은 상대와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자신이 자신을 위해 말할 수 있어야 상대가 알 수 있다. 관계가 좋아지려면 자신을 위해, 상대를 위해 표현해야 한다. 특히 잘 말하지 못하는 사랑, 관심에 대해서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운영하는 블로그에 유학 다녀와서 결혼한 5년 차이고 아이 둘을 키우는데 무기력감 우울 때문에 육아가 너무 힘들다는 분의 댓글이다. 남편, 시댁 식구 누구도 육아 우울을 이해하지 못해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 코르나 사태로 하루 종일 아이들과 지내려니 너무 힘들어 긴급 돌봄이라도 신청하려고 했더니 다들 깜짝 놀라더란 얘기다. 이런 주변 시선이 따가워서 긴급 돌봄 신청도 못하고 자신을 나쁜 엄마라고 자책하고 있다는 글이었다. 죽을 만큼 힘든데 엄마이기 때문에 자신을 돌볼 수 없다. 엄마는 그런 사람이다. 엄마는 죽을 만큼 힘들어도 엄마 역할을 다해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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