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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정하 Oct 12. 2020

시어머니에게 안부전화 꼭 해야하나요?

내가 나를 위해 말해야 하는 이유/ 시어머니 사표는 없나요?


결혼한 지 1년이 지난 직장인이에요. 남편이랑 시댁에 다녀온 지 보름이 지나갈 만하면 남편에게 문자가 와요. " 여보, 점심 맛있게 먹었어? 오늘 엄마한테 전화했더니 은근 며느리 전화 기다리는 눈치더라. 바쁘더라도 전화 한 번 넣어줘 " 결혼하고 얼마 동안 1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안부 전화를 하다가 요즘은 일이 바빠서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른 채 흘러간다. 시어머님 안부 전화가 좀 뜸하다 싶으면 시누이, 남편을 통해 서운하다는 티를 내신다.  오늘은  전화를 해야지 하면서 계속 미루다가 전화를 꼭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불편하다. 시어머니나 친정엄마 둘 다 챙기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친정엄마는 어쩌다 전화하면 바쁠 텐데 뭐 하러 자주 전화하냐. 소식 없으면 잘 지내는 줄 알 테니 걱정하지 말고 잘 챙겨 먹고 다녀라 하신다. 마음에 걸려 하면서 전화를 미루는 자신이 불편해 남편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마음을 남편에게 말하면 서운해할지 모른다. 퇴근길에 친구 만나 차 한잔하는 김에 불편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친구는 힘들면 힘들다. 싫으면 싫다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낫지 않겠냐고 조언한다. 나도 속 시원하게 말하고 싶다. 안부 전화 1년 했으면 됐지 이제 억지 전화하기 싷다고 말하고 싶다. 친구와 이런저런 하소연하고 있는데 눈치 없는 남편에게 톡이 왔다. " 언제 들어와? 보고 싶어서 톡 했지. 근데 엄마한테는 전화드렸어? 기다리실 거야. 얼른 와 ”시누이랑 남편이 중간에서 시어머니 원하는 건 맞춰 드렸으면 하는 투로 말 하년 은근히 강요로 들린다. 결국은 전화 자주 하라는 강요처럼 들린다. 그럴수록 안부 전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마음은 하기 싫다. 친구는 이런 내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한다. " 바보야, 싫으면 싫다고 솔직하게 말해. 좋은 게 좋다고 맞추다 보면 시댁 식구들은 당연하게 생각한다니까. 싫은 걸 싫다고 말하고 힘든 걸 힘들다고 말해야 네가 너를 아끼는 거야 " 얘기를 듣고 보니 친구 말이 맞다. 억지 전화해서 잘 지내고 계신지 확인하는 게 며느리 도리라고 생각하는 자신이 답답했다. 그깟 안부 전화드리는 일로 마음을 드러냈다가 오해가 생기기라도 하면 어쩔지 생각만 해도 안전 부절이다. 차라리 전화를 하는 편이 낫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날도 있다. 친구의 말처럼 싫다고 말하면 관계가 멀어질 것 같아 마음이 더 불편하고 복잡하다. 이럴 때 남편을 비롯해서 시어머니 가분 상하지 않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말해야 할지 정말 궁금하다. 시어머님한테 맞추자니 억지로 전화해야 하는 나 자신이 답답해서 미치겠고, 솔직하게 털어놓자니 남편하고 싸우게 될까 봐 두렵다. 





 경상도 안동이 친가인 남편은 누나 셋에 외동아들이다. 제사를 오랫동안 모셔온 종갓집 장남이라 결혼할 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살다가 결혼한 사이여서 부모님이 반대할 여지가 없었다. 문제는 결혼하고 나서다. 아이 낳고 명절에 내려가기 힘들어지면서 부모님 불만이 쌓여갔다. 무슨 얘기가 오고 갔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저기 흩어져 살던 시누이들이 신혼집 근처로 이사를 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시누이  셋 다 남동생 신혼집 근처로 이사를 왔다. 주말마다 밥 먹으러 같이 와라, 부모님 올라오신다고 하더라. 반찬 해놓았으니 가져가라. 자기네 딴에는 챙겨주고 싶어서 그러겠지만 며느리 입장에서 반갑지 않다. 중간에서 남편만 곤란하다. 왜 혼자 왔냐 너네 집사람은 뭐 하냐. 부모님이 전화 자주 하라 하던데 네가 전화 좀 하라고 해라. 시누이들은  막내 남동생이 부모님 모시는 걸 소홀히 할까 봐 노심초사다. 오래 기다린 결혼이니 만큼 기대가 컸다. 남편 누나들이 신혼집 근처로 이사 온 자체로 부담이다.  이사 오는 시누이들을 못 오게 막을 수 없고 자신들이 이사를 나가야 하나 고민 중이다. 말 안 하고 피한다고 나아질 것 같지 않고 남편이 중간에서 알아서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글을 올렸더니 유독 이 주제에 젊은 엄마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다른 글에 비해 조회수가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 시어머니에게 안부 전화 꼭 해야 하나요?” “ 그럼 남편은 처가에 안부 전화 꼬박꼬박 하는 사람이 몇 있을까요?” 묻게 된다. 그만큼 시댁에는 당연히 챙기고, 해야 할 당연시되는 의무가 많다. 친정은 가끔 용돈 드리는데 시댁은 매달 생활비에 기념일 용돈 드리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공감 모임에 “ 손가락이 부러졌니? 전화 한 통 없니 너는” 한다는 며느리는 시어머니한테 전화하는 문제로 사이좋은 남편과 대판 싸운다. 그때마다 남편은 시어머니 편을 들어서 분통을 터뜨린다. 시어머니와 아내 사이를 오가는 남편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 때문에 곪은 상처는 왕왕 서로를 대놓고 상처 주는 싸움으로 커진다. 아내가 바라는 현명한 남편의 중재는 이렇다, 어머님이랑 이야기할 때는 어머님 편에서 들어준다.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이런 엄마가 잘못이고 이건 아내 잘못이라고 훈수 두지 않길 바란다. 아내와 이야기할 때는 내 편에서만 들어준다. “ 맞아, 우리 엄마가 꽉 막힌 그런 점이 많아. 상대 입장 배려하지 않고 감정을 있는 대로 말해서 상처가 된다니까. 그 심정 내가 알아. 그러니 어쩌겠어. 엄마를 고칠 수 없어서 나도 답답해” 이렇게 즐기로운 남편이면 오죽 좋을까만은 남편이 마마보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 화가 멈추어지지 않는다. 나이 마흔 후반이 되고 나니 안부 전화 꼭 하라고 하면 절대 하고 싶어 지지 않아 전화해야지 생각하면서 정말 하기 싫다. 이젠 하기 싫으면 안 하면서 살고 싶은 나이라고 눈에 눈물이 핑 돈다. 왜 이렇게들 살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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