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전공자라면 누구나 한 번 들어 봤을 법 한 이야기.
"나 한곡 쳐줘."
"엘리제를 위하여 칠 수 있어?"
"캐논 칠 수 있어?"
"이루마 쳐줘."
등등 뭐 이런 패턴이다. 내가 옛날 사람이라 좀 구닥다리 레퍼토리였나?
어쨌든!
전공이든 아니든
또는 그냥 피아노 배웠다고 하면 으레 듣는 말인 듯하다.
왜 그렇게들 연주를 해달라는 건지.
그럼 아이들 중에는 이렇게 즉흥적인 요구를 받았을 때 연주가 가능한 아이는 얼마나 될까?
체르니 30? 40?
이 정도 배웠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자신 있게 연주하는 곡 한 두 개 있는 아이는 흔치 않다.
왤까?
연주를 위한 배움보다는 진도를 위한 배움이다. '나 어디까지 배웠어.'라고 말하기 위한..
난 그 부분이 좀 마음이 안 좋다.
이왕 배웠다면 자랑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짧은 기간을 배웠다면 그 정도의 곡으로
꽤 오래 배웠다면 더 어렵고 멋진 곡으로
한 곡 정도는 자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엄청나게 잘할 필요는 없다. 그냥 자신 있게 보여준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감 있는 자세에서 또 멋짐이 나오니까.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연주회를 하는 이유이다.
피아니스트들처럼 드레스도 입고 턱시도도 입고, 운동화가 아닌 구두를 신고.
작은 하우스 콘서트부터 큰 홀에서 하는 연주회까지.
준비하는 동안은 그 곡에 대하여 아이들은 전문가가 된다.
언제까지 얼마나 더 연습해야 하냐며 불평도 나오지만
막상 우리끼리 리허설을 하면 연습을 더 하겠다고 난리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무대를 마치고 나면 엄청난 만족감과 자존감이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연주곡을 여기저기 피아노가 있는 곳이라면 꼭 자랑을 한다.
난 전공자 이면서도 어릴 때 선생님이 많은 기회를 주지 않아서 속상했었다.
나도 해보고 싶은데, 자랑하고 싶은데...
내 마음과 상관없이 선생님 마음에는 자랑할 만한 그 정도는 아니었나 보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자랑할 기회를 가능한 많이 넉넉하게 주고 싶다.
연주회 한 번 준비하는데 어마어마하게 할 일이 많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여름이나 가을쯤 연주회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아이들이 이번에도 큰 성취감과 함께 큰 박수를 받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