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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ny Jun 19. 2023

피아노 치는 날

연주가 좋아

학원에서 아이들 연주회를 준비하다 보면 나도 하고 싶을 때가 많다. 아니, 항상 하고 싶다.

내 어릴 적 선생님은 말로만 이것저것 시켜주신다 하고 하나도 해 주시지 않았다. 나도 연주회도 나가고 싶고, 콩쿠르도 많이 나가고 싶었다. 그냥 내 선생님은 자기만 믿고 하라는 대로 하라고 하셨다.

그냥 귀찮으셨던 건지 내가 그 정도의 실력이 없었던 건지.

우리 애들은 기회를 많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준비할 것이 많아서 귀찮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뿌듯해하는 모습과 무대 위에서 멋진 모습들로 인해 해소가 된다.

학원을 하는 이유 중에도 내가 피아노 치는 것이 좋아서인 이유도 있다. 아이들 수업이 잠깐씩 빌 때, 딱히 할 일이 없을 때, 잠깐씩 연습하는 것이 좋다. 예전에 선생님이 넌 손이 작아서, 이건 잘 못해서, 등등....

그냥 이런저런 이유로 하지 말라고 했었던 곡들을, 내가 하고 싶었던 곡들을 연습하고 연주해 보는 것이 좋다.


우리 아이들 정기 연주회 때 바이올린, 성악, 우쿨렐레 등등... 여러 가지 다른 악기들 반주는 내가 다 했다. 그냥 피아노 치는 것이 좋다. 사부작 거리면서 쉬지 않고 움직이지만 또 연습은 엉덩이 무겁게 잘할 수 있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왜 안 시켜 줬을까?

성인이 되어서도 학교를 졸업한 지 꽤 되어서도 콩쿠르를 나간 적이 몇 번 있다. 연습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굳이 누가 칭찬해 주지 않아도 무대에서의 두근거림과 심사위원뿐이지만 누군가가 내가 연주하는 걸 들어주고 있다는 설렘.


한 번은 학원 연주회를 카페에서 하우스 콘서트 형식으로 한 적이 있다. 그때 우리 선생님과 4 Hands를 했었다. 영화음악 Ost. 학부모님들도 신나고 나도 신나고 아이들도 재미있어했다.

음 하나 틀리고 안 틀리고 보다 연주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들이 즐거우면, 재미있으면 좋은 연주가 아닐까?

그때는 남편도 멋있었다는 말을 해 주었다. 물론 평소에는 아까 거기 틀린 거 아니냐며 매번 지적질을 해대지만, 그 연주 때는 유일하게 칭찬을 들었다. 어린애도 아니고 칭찬을 들으니까 좋긴 했다.

매 연주회마다 내가 출연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나도 피아노 치는 사람이라고 한 번씩 보여주고는 싶다.

이번 연주회에도 또 도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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