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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ny May 18. 2023

피아노 치는 날

특별한 아이들 1

우리 학원에는 유독 이쁘고 잘생긴 아이들 뿐이다. 선생님이 얼굴 보고 학생을 뽑는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그 흔한 욕이나 비속어를 쓰는 아이들도 없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욕을 배우는 나이가 어린데도 우리 아이들은 예쁜 언어를 사용한다. 물론 자기들끼리는 가끔 사용할지라도. 확실히 아이들이 교양이 있달까?


모두가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지만 우리 원에는 조금 특별한 아이들이 있다. 발달 장애를 가진 친구 이야기다. 나와 함께 하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무슨 용기였는지 내가 꼭 가르쳐야 할 것 같았다.


그전에도 정도의 차이만 있었지 발달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더러 레슨 한 적이 있었다. 수업시간이 되면 피아노 아래에 숨는 아이. 뜻대로 잘 되지 않으면 건반덮개로 급 상황극에 돌입하는 아이. 물론 이아이들은 유아가 아니다. 5~6세 정도의 귀여운 장난 같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의 행동이었다. 그냥 덩치가 조금 큰 아기라고 생각하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반 학교를 다닐 정도로 경증의 아이들이었다.


이번 학생은 좀 다르다. 간단한 의사소통도 어렵다. 난 열심히 말하고 있지만 아이는 반응이 없다. 싫다 좋다는 대답도 없다. 그냥 힘들다 싶으면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뭐 그렇다고 엄청 당황스럽지는 않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받은 아이이기에. 센터에서 1년 넘게 피아노를 배웠는데 선생님이 급작스럽게 그만두셨다고 했다. 일반 학생들에게도 양손을 쓰며 멀티 플레이가 필요한 피아노는 아주 좋은 뇌운동이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에게는 더없이 좋은 수업이고 말이다. 아이와 엄마와의 첫 만남에서 꼭 내가 레슨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선생님을 구하기에 어려워 보였고 무엇보다 아이가 너무 이쁘다.


전에 관심 있게 봐 두었던 특수아동 교육이 살짝은 도움이 되고 있다. 물론 공부한 내용대로 100% 예상가능하진 않지만 어떤 상황이 생기더라도 당황하지는 않는다. 몇 번의 수업만으로도 우리만의 의사소통 규칙이 생겼고 친밀감이 쌓이고 있다. 주 2회 수업을 진행하면서 한 달이 안 되는 시간에 비행기를 양손으로 치는 동영상을 찍었고, 어머님이 좋아해 주셨다. 가족들과 함께 보시고 만족해하셨다. 나의 교수법이 아이와 잘 맞기도 했고,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듣게 해주고 싶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아이가 못 알아듣는다고 답답해하지 않고 기다리니, 어느 순간에 학습이 되어 있었다. 아이가 내가 모르는 노력과 자신과의 싸움 중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기다림도 중요하다. 꼭 발달장애 아이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에게는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바로 되는 아이는 없다. 다만 그 시간이 각기 다를 뿐이다. 그냥 이 아이는 남들보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언제까지 이 아이와 함께 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매체에서 보이는 극적인 부분을 예상하고 있지도 않다. 다만 아이가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작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심지어 이 아이에게 수업료를 더 받고 있지는 않다.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횟수에 맞게 수업료를 받고 있다. 속도는 다르더라도 일반 학생들처럼 레슨 후에 단 몇 번이라도 혼자 연습할 정도가 되게 해주고 싶다. 무슨 바보 같은 사업가인가?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그럼에도 내 철학이라고 할 것까지 없는 이 오지랖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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