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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크나인 Dec 02. 2020

퇴사를 고민하는 당신에게

직장인의 비애... 꿈과 현실의 괴리

'아, 회사 그만두고 싶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생각이다. 


하지만 생각이 다짐이 되고 실행으로 이어지기는 결코 쉽지 않다. 당장 먹고 살 걱정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가족은 어떻게 먹여 살려야 할지, 무엇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할지 걱정이 앞선다.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꿈은 항상 눈 앞에 마주한 현실로 인해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이다.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은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너무 어렵게 생각할 이유도 없다. 중요한 것은 원인이다. 왜 출근이 꺼려지고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나와 맞지 않는 업무로 스트레스가 심한 지, 과도한 야근이나 술자리가 원인인지, 자꾸만 뭐라 하는 상사가 보기 싫은지, 지시를 따르지 않는 부하 직원과 눈도 마주치기 싫은지 아니면 회사의 비전이 보이지 않는지 등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현실적인 최선의 선택은 우선 내부에서 해결책을 찾아보는 것이다. 감정이 앞서면 그르친 결정을 내릴 확률이 높다. 감정을 추스르고 내부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한 뒤 퇴사를 고민해도 늦지 않다. 가능하다면 팀을 옮긴다든지 다른 업무를 해보는 것도 좋다. 리프레쉬의 개념인 것이다. 친분이 있는 선배나 동료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직장 내에서 자신의 위치와 목표, 해나가야 할 프로젝트 내지는 내가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도 해보자. 그럼에도 해결이 되지 않고 스트레스가 극으로 치닫는다면 조용히 퇴사를 준비하자.


퇴사에도 준비가 필요한가?


그렇다. 퇴사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퇴사한 뒤 무엇을 할지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직을 할지, 사업을 할지, 쉬면서 재충전의 기회로 사용할지, 여행을 간다면 어디로 어떻게 갈지에 대해 어느 정도는 정하고 퇴사를 맞이하는 게 낫다. 그래야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회사를 다니면서 생각한 것과 퇴사를 하고 마주한 현실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생각해둔 바가 있다면 책상에서 컴퓨터로만 검색하고 정보를 파악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직접 움직여 눈으로 확인하고 몸으로 부딪히면서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뭘 하든 지금보다 낫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은 도움이 되지 않지만 죽어도 여기를 나가고 싶고 이 곳을 벗어나야 숨통이 트인다면, 어쩔 수 없다. 이 때는 퇴사 준비가 중요한 게 아니다. 감춰뒀던 사직서를 제출하자. 나가자. 더 넓은 세상으로.


퇴사 결심


퇴사한 지 3개월이 되어가는 나는 퇴사하기 전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경력을 이어갈지, 새로운 일을 할지 말이다. 결론은 '당분간 쉬자'였다. 쉬면서 계획했던 것들을 정리하고자 했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을 하고 싶었다. 물론 자식이 있고 외벌이였다면 다른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다. 아직 자식이 없고 아내가 회사를 다니고 있었기에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당시 아내는 “오빠, 그동안 고생했어. 당분간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어. 내가 오빠 먹여 살릴게~!!!”라는 말로 용기를 심어줬다. 물론 아내 혼자만의 벌이로 아껴가면서 생활할 수도 있지만 대출을 갚아가면서 마냥 허리띠만 졸라매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용납할 수도 없다. 그래도, 말 한마디라도 응원해주고 위로해주고 힘을 실어주는 아내가 고마웠다.


퇴사 후 누릴 수 없는 것


퇴사와 함께 멀어진 것은 바로 마약과도 같은 월급이다. 한 달에 한 번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주는 월급을 이젠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은 정말 힘들었다. 출퇴근 시간을 지키고 정해진 업무를 수행한다면 회사는 어김없이 통장으로 월급을 쏴준다. 지난 13년간 당연한 것 같았던 월급이 이젠 들어오지 않자 허무했다. 채워지는 것 없이 줄어들기만 하는 통장이 야속했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다.


퇴사 후 눈에 띄게 밝아진 나


그럼에도 나는 회사를 그만둔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갑자기 주어진 나만의 시간을 처음에는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허둥거렸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있다. 회사를 그만두고 가장 큰 변화는 시야가 넓어졌다는 것이다. 같은 기사, 같은 책을 읽어도 직장인일 때와 지금은 받아들이는 폭과 깊이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웃을 일이 많아졌다. 정작 본인은 잘 몰랐는데 아내가 그런다. 표정이 밝아졌다고.


술도 덜 마시게 되고 잠도 잘 자고, 피부도 좋아졌다. 그러다 보니 아내와 대화할 시간도 늘었고 결혼한 지 4년 만에 아내가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먹지 않는지 어느 타이밍에 함박웃음을 짓는지 새삼 알게 된 사실도 있다. 퇴사 후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버티지 그랬니?


퇴사를 결정하고 사표를 제출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경제도 좋지 않은 현시점에서 굳이 회사를 자신의 발로 걸어 나와야 했냐는 것이다. 자초지종을 물어보지도 않고 무작정 버티라는 말부터 하는 사람들의 입을 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버틴다는 것'.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버티라는 것인지 되묻고 싶었다. 내 인생, 그들이 절대 책임져 주지 않는다. 퇴사를 결심했으면 과감히 밀고 나가자. 도와주기는커녕 진심을 알아주지도 않으면서 걱정과 잔소리만 늘어놓는 지인들의 말은 왼쪽 귀로 듣고 오른쪽 귀로 내보내는 게 좋다. 퇴사 3개월 정도 되면 그들의 연락도 사라진다.




돌아보면 우리나라 경제는 항상 힘들었다. 마치 내가 복무한 군대가 가장 힘든 것처럼 경제도 좋았던 적이 없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속에서도 항상 기회는 있었다는 것이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 낚아채는 것. 이것이 바로 퇴사를 결심했거나 실행에 옮긴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중점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10년 뒤 오늘, 과거 10년을 돌아봤을 때 '퇴사를 후회하지 않아. 그때 회사를 그만둔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었어'라고 소리칠 수 있기를 바란다.


나와 당신, 우리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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