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업무] 홍보담당자와 언론 기자는 어떤 관계인가?
홍보담당자와 언론 기자의 적절한 관계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홍보 업무를 시작하고 각 언론사의 기자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할 때, 선임이나 지인들이 한 마디씩 조언을 했다. 바로 '불가근불가원'을 지키라는 것이었다. 홍보담당자로서 기자들과 너무 가깝게 지내지도 말고 너무 멀게도 지내지 말라는 중도의 의미였다.
갓 홍보 업무를 시작했을 때라 이 말이 굉장히 어렵게 다가왔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실제로 어떻게 관계를 형성해야 할지 명확한 답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생각을 하다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선을 넘지 말자'는 것이었다.
초기에는 기자들과 업무적인 일 외에는 통화를 하거나 만남을 갖지 않았다. 순전히 보도자료로만 관계를 이어간 것이다. 기자들과의 관계 형성보다 양질의 보도자료를 작성하기 위해서 곱절을 노력했다. 보도자료가 기사화될 수 있을 만큼 내용이 튼실하면 기자들도 관심을 가질 것이고 성실히 작성한 보도자료가 기사화되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했다.
기자간담회나 기자 초청 행사로 인해 기자들과 어쩔 수 없는 만남을 가질 경우에는 열심히 기자들과 인사를 나눴고 기사 작성에 어려움이 없도록 외부 환경에 대해서 살뜰히 챙길 뿐이었다.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최고의 자료 제공을 위한 노력만큼 기자들과의 관계 형성에도 애썼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홍보 업무도 결국 사람이 사람과 하는 일이고 홍보담당자와 언론 기자도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감정이 존재한다. 당시에는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뒤 일을 했고 기자들을 상대했던 것 같다. 감정이 결여된 인간관계는 팥 없는 단팥빵이다. 허울뿐인 것이다.
시간이 흘러 과장이 되고 차장, 홍보팀장이 됐을 때 느낀 것은 불가근불가원보다 기자의 성향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많은 인원을 한 번에 대할 때는 매뉴얼이 필요하고 논리가 필요하지만 개인을 상대로 할 때는 매뉴얼보다 감정이 먼저다. 상대방이 처한 상황, 느끼는 감정, 필요로 하는 부분 등을 파악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교감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성향을 가지고 있듯 기자도 마찬가지다. 보도자료의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주는 기자가 있는 반면 알고도 지나가는 기자도 있다.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바로 연락을 해 질문하는 기자도 있다. 원칙을 세우고 매체의 무게보다 형평성을 먼저 생각하면서 융통성을 발휘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시간이 허락될 때 기자들과 만나 홍보담당자로서 또한 한 사람으로서 인간적인 매력을 심어준다면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 이때 해당 기자의 기사를 읽고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다. 자사에 대한 기사라면 감사를 전하고 특정 표현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해도 분위기가 좋아진다. 신뢰가 쌓이고 인간적인 매력이 기자에게 전해져 하나의 인간관계가 형성되면 보도자료가 조금 잘못되어도 기자가 인간미를 발휘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더불어 주의해야 할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미주알고주알 모두 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무거운 입'이 중요하다. 다음날 배포할 보도자료에 대해 미리 말한다면 그 자료는 이미 없어진 자료가 되어 버린다. 물론 '엠바고'에 따라 다음 날까지 보도자료를 기다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 미리 조심하는 것이 좋다.
또 주의해야 할 것은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기자에게 절대 반말을 해서는 안된다. 평소에 친분이 있거나 학교 선후배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기자들과 함께 있을 때에는 더욱 존댓말을 사용하고 말조심해야 한다. 인간적인 존중의 의미다. 홍보담당자가 기업을 대표하듯 기자는 해당 매체를 대표해서 취재를 하고 만남을 가지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홍보담당자와 기자는 공생관계다. 홍보담당자는 새로운 정보나 이슈를 기자에게 제공하면서 폭넓은 홍보 효과를 도모하고, 기자는 홍보담당자에게 받은 보도자료를 기사화해 새로운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완연한 공생관계는 아니다. 홍보담당자는 기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나 기자는 홍보담당자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다. 홍보담당자는 언론을 활용해야 하지만 기자는 홍보담당자가 작성해 전달한 보도자료가 아니더라도 직접적인 취재를 통해 또한 제보를 통해 더 좋은 내용을 기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완전한 공생관계인 셈이다.
홍보담당자는 기자가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적극적으로 기사를 작성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는 등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사의 부정적인 내용보다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다.
언론 기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홍보담당자는 선을 넘지 않도록 적정선을 유지하면서 당당하되 거만하지 않게, 겸손하되 비굴하지 않게 맡은 바 업무를 추진해 나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