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과 요청의 경계선
홍보담당자가 정성스럽게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배포하면 그것으로 끝일까?
아니다. 보도자료의 중요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각 언론 담당 기자에게 보도자료 발송에 대해 문자 메시지나 유선 상으로 알림을 줘야 하고, 이후 보도자료 내용이 얼마나 정확하고 자세하게 지면이나 포털사이트를 통해 기사로 게재됐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때, 기사 내용 중 보도자료 내용과는 다르게 틀린 부분이나 오타 등 잘못된 사항을 발견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른 척 넘어가야 할까? 절대 그래서는 안된다. 잘못된 내용을 대중이 확인할 경우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담당 기자에게 기사를 정정 또는 수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홍보담당자의 실수로 보도자료 내용이 잘못됐을 때, 둘째는 기자의 실수로 보도자료와 다른 내용이 기사화됐을 때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사 내용은 틀리지 않았으나 기업 입장에서 불리하게 작용될 가능성이 있는 기사가 노출되었을 때다.
기사 정정 요청은 서로에게 굉장히 예민할 수 있다. 각 상황별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아보자.
홍보담당자의 실수로 기사 정정을 요청할 경우
홍보담당자가 가장 떨리는 순간이 장고 끝에 작성한 보도자료를 각 담당 기자들에게 보내는 바로 그 순간이다. 메일을 작성하고 '보내기' 버튼을 클릭하기 직전이 가장 조마조마하고 긴장된다. 혹시 틀린 내용은 없는지 오타가 있지는 않은지, 제품명이나 사람 이름이 잘 들어갔는지, 숫자에 '0'이 하나 더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수없이 확인하고 수정해도 그 순간만큼은 베테랑 홍보담당자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그럼에도 본의 아니게 잘못된 부분이 발견된다. 항상 잘못된 부분은 '보내기' 버튼 클릭 후 재차 확인할 때 나온다. 하늘이 원망스러운 순간이다. 빠른 조치가 필요할 때다. 잘못된 부분이 조사가 잘못 들어갔다든지 대세에 지장이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지만 그냥 넘어가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주어가 목적어가 되고 목적어가 다시 주어로 바뀌는 것처럼 보여 보도자료 흐름에 방해를 준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내용이 틀렸을 때도 마찬가지다.
보도자료 배포 후 관련 기사를 확인하다가 기사 내 잘못된 부분을 발견했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면 즉시 정정 보도자료를 작성 및 배포한 뒤 해당 기사를 게재한 기자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기사 정정 요청을 해야 한다. 말은 분명 요청이라고 썼지만 사실 요청이 아니라 부탁이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와 함께 기사 정정을 이야기해야 한다.
더욱 참담한 순간은 보도자료를 보낸 뒤에 연구팀이나 관련 부서에서 내용을 수정할 때다. 이때는 정말 등에서 땀이 흐르고 등줄기가 오싹해진다. 이때에도 정정 보도자료를 보내고 기사를 전부 확인한 뒤 담당 기자에게 일일이 연락을 해서 정정 부탁을 해야 한다.
보도자료를 작성할 때도 취재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루어진다. 예전에 A 선수가 경기 도중 갑자기 쓰러진 B 선수에게 응급처치를 하여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 홍보담당자인 나는 훈훈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보도자료를 만들어 내기로 했다. 당시 A 선수를 포함해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실 여부와 관련 내용을 확인한 뒤 보도자료를 작성했고 B 선수는 병원에 있어 B 선수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시간이 급해 결국 B 선수 쪽의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한 채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꽤 많이 기사화됐다. A 선수는 추후 공로상도 받았다.
뿌듯했던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B 선수의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고 상당한 불만을 제기했다. 실명을 게재한 점 그리고 쓰러진 상황이 불필요하게 상세하다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한 것이다. 나는 B 선수의 아버지에게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관련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해 내용 수정을 부탁했다. A 선수에게만 초점을 맞춰 B 선수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한 과오를 범한 것이다. B 선수에게 미안한 마음과 홍보담당자의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 홍보담당자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된다. 특정 상황에 대해 다각도로 관찰해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미리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
홍보담당자의 실수로 기사 정정을 요청할 경우 홍보담당자와 기자 간의 신뢰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다면 조금 더 수월할 수 있다. 바쁘다는 이유로 기사 정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기자도 있을 수 있다. 지속적으로 기사를 확인하고 연락을 하여 진심 어린 사과의 뜻을 전달하면서 반드시 기사가 정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실수를 한쪽이 고개를 숙이는 것은 당연하다.
기자의 실수로 기사 정정을 요청할 경우
보도자료는 정상적으로 작성됐고 이상이 없는데 기사에서 잘못된 내용을 발견했다면 이때에도 개별 연락을 취해 정정 요청을 하면 된다. 다만 잘못된 부분이 가벼운 오타일 때는 무겁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요청을 하면 되지만 핵심을 벗어났거나 중요한 부분이 틀렸을 경우는 공식적이면서도 가볍지 않게 전달해야 한다.
그렇다고 항의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된다. 기자 입장에서 '아차'하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조심스러우면서 가볍지 않게 뜻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편에서도 강조했지만 감정이 상한다면 관계가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입장을 전하고 발 빠른 기사 정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른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에서도 이상한 점은 없는지 끊임없이 살피고 확인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홍보담당자는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 실수를 용납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 실수가 터져 나온다.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홍보담당자의 숙명이다.
부정적 기사에 대한 관리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면 사실적 내용에 입각해 정중하게 수정 요청을 할 수 있다.
홍보담당자가 작성한 보도자료와 기자가 게재한 기사에도 사실적 부분에서 오류가 없을지라도 보도자료의 방향과는 달리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부정적 견해로 기사가 작성되거나 다른 제보로 인해 작성된 기사가 기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홍보담당자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무조건 기사를 내려달라거나 기사 정정을 요청한다면 더 큰 반감과 함께 기업의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거짓말을 한다든지 핑계를 대거나 말을 얼버무리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될 행동들이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있다. 진심을 담지 않은 어설픈 대응은 더 큰 화를 초래한다.
홍보담당자는 기업의 솔직한 입장을 충분히 밝히고 기자의 이야기도 들어보면서 절충의 안을 찾아야 한다. 오해가 있다면 반드시 풀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잘못된 부분이 있을 때 이를 인정하는 자세다. 그리고 차후 개선해야 할 부분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