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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콜드 Feb 09. 2022

노인의 마음은 조변석개

이날로 30232일 된, 85살 할매 돌봄일기

이날 그 사건으로 인해, 잊고 있던 사실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이 글이 평소 '잘해야지'하며 생각만 하는 분에게,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게 도와줄 겁니다.









"어제 손자가 해줬어. 우리 손자가 비빔면에 삼겹살 해줬어"


/"어휴~ 할머니는 좋으시겠어요"


아침에 방에 있는데, 할머니가 요양보호사 선생님과 하는 얘기가 들리더라. 얼핏 들으니, 어제 내가 할머니에게 차려준 저녁에 관해 얘기하는 거 같았다. 내 칭찬 일색을 하는데 부끄러우면서도 참 뿌듯했다. '별 거 아닌데, 할머니가 그렇게 맛있게 드시고, 기억에 남았다'라는 사실에.



자 이제 이날 저녁, 사건이 벌어진다.


"7시에나 올 텐데 OO이"


/"그래 그러겠지"


할머니가 내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나는 밥에, 아니 밥시간 (또한) 예민한 할머니를 위해 미리 친구가 올 시간을 예고해줬다.


근데 몇 시간이나 됐을까? 0.45시간? 당신이 말했다.


"아우 할머니가 있으면 뭘 해주든가 해야지. 배고파 죽겠네..."


/"예?"


놀란 나는 못 들은 척하며 물었고, 이내 가슴이 갑갑해 다시 말을 이었다.


"할머니, 아까 7시에 온다고 하니까 알았다고 하셨잖아요"


할머니는 말했다.


"내가 배가 고프니까 그렇지"


휴.. 내가 아무리 초고령자와 오래 살았어도, 이런 상황을 맞을 때면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이럴 때는 꼭 가슴이 갑갑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저 이후, 할머니는 냉장고에서 요플레 등을 꺼내 먹었다. 이제 약속한 시간보다 '30분 정도' 남은 6시 30분,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어 그래그래. 근처 오면 내가 마중 갈게"


친구와 통화를 하고 있던 중, 할머니가 내 방 문 옆에 놓인 운동기구를 보며 성을 냈다, 갑자기.


"이것도 정리해라 좀!"


할머니 말은 들은 나는,


"할머니, 지금 전화 중이라고요, 그거 정리해놓은 거예요 며칠 전에"라고 답했다.


전화가 끝난 후, 내 방 앞에서 서성이는 할머니에게 말했다.


"정리한 거라고 할머니. 왜 누구 온다면 이렇게 난리야"


내 말에 할머니는


"난리는 뭐가 난리야. 정신 사나우니까 그렇지. 정리를 해야지. 에휴"라고 답했다.


나는 서로를 생각해,


"할머니, 할머니 기분 안 좋으면 오지 말라고 해요?"라고 물었고,


할머니는


"내가 기분이 안 좋은 게 아니고...(하략)"라며 말하며 말을 흐렸다.


할머니 기분을 잘 맞춘 결과, 그날의 저녁을 자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날처럼, 내가 할머니라는 (초고령의) 노인과 함께할 때면,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데 까먹는 사실이 있다.


아침에 좋았던 그 마음이 저녁에 같을 리 없다는 것.

결국, 노인(인 내 할머니)의 마음은 갈대요, 조변석개라는 것.



**집필 중인 글로, 추후 내용이 다소 변경될 수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읽으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이날 자알 먹은 저녁



"이봐, 젊은이" 그 이후, 할머니 둘과 살며 관찰하고, 돌보며, 쓰는 글 중, '돌봄'에 관련한 글입니다. 글을 통해 보다 가깝고, 가장 소중한 주변에 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 관련 매거진 연재 중(아래)

https://brunch.co.kr/magazine/2b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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