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 스카이 Sep 18. 2024

냉파 중

나는 무얼?

냉장고 파먹는 중이다.

이사와 냉파는 필수 중 필수.

이렇게 시작된 냉파를 하다 보니 내가 뭘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는지가 한눈에 보인다.

우리는 그나마 쌓고 쟁기고 살지 않는다 생각했다. 그건 완전 착각이었다.

냉동고 안엔 같은 식재료가 여러 개 아니 수두룩하다.

이러니 전쟁 나도 두어 달은 거뜬하게 살 수 있다 하지.

냉파를 시작한 건 막둥이 기숙사 들어가고 바로다.

자의가 아닌 타의…는 아니지만 타의라고 하자.

그렇게 시작된 냉파의 시작은 냉장 음식.

무엇보다 냉동보단 빨리 상하고 즉시 먹어야 하는 식재료가 대부분이니.

하나 둘 사라지니 청소도 쉽다.

먹을 것이 없어진다는 생각보다 치우니 개운한 생각이 크다. 이렇게 치우니 눈에도 좋다. 열 때마다 장을 볼 때마다 이리저리 치우기 힘들었는데…

비우니 그제야 보인다.

비워지니 그제야 알겠다.

내가 뭘 좋아했고 내가 뭘 먹고 살았으며 내가 뭘 필요로 하는지.

그동안 수없이 했던 냉파인데 이제야 보이니 이 또한 신기하다.  그런데 왜 인지는 알겠다.

글쓰기. 이 브런치가 나의 눈을 뜨이게 한 거다.

쓰다 보니 많은 것이 보이고

쓰다 보니 많은 것이 느껴지고

쓰다 보니 많은 것이 발견된 것이다.

실로 대단한 소득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크나 큰 소득은 치매방지가 아닐까?

생각하고 움직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 글쓰기를 하면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하게 된다. 아니할 수밖에 없다. 아니 반드시 해야만 한다. 그러니 이 보다 더 좋은 건 없지 않나 감히 생각한다.

그래서 아침을 글쓰기로 시작하려 한다.

그래서 아침을 글 읽기로 시작하려 한다.

그동안 간직한 많은 사진들이 이 글쓰기로 인해 빛을 발한다. 시간이 지나면 그냥 묻힌 옛 시간이었는데 지금은 같은 시간을 살아간다. 같이 생각하니  옛 시간이 그저 지나간 날이 아니라 바로 어제 일 같다. 기억도 새록새록 나고.

이렇게 글쓰기는 내게 정다운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마음을 전하고 전해받기까지 하니 이 보다 더 좋을  수 있으랴.

시간을 정할 필요도 없다.

나이가 무슨…

많은 친구가 생긴 올해.

추석. 그저 말만 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이보다 더 풍성하고 이보다 더 신날 수 있으랴.

천고마비… 이 멋진 계절을 온전히 누리시길 기도합니다.


이전 12화 무식하다. 그래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