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을 바라만 보다.
어제 봤던 아이들이 오늘 아침에 보니 더 많이 자랐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들까지. 마당이 온통 버섯 천지 다 천지. @.@
일단 아침을 먹고 생각해 봐야겠다.
배가 부르면 버섯이 먹음직스럽게 보이지 않을 터.
그렇게 아침을 먹고는 옷을 챙겨 입고 고무장갑을 끼고 그 위에 빨간 목장갑까지 나름 무장을 했다.
뭐든 조심해야 하니.
안에서 보던 것보다 크기가 더 크다. 그리고 여기저기 많기도 하다. 찬찬히 살펴보니 느타리버섯임에 틀림없다. 작은 송이들은 팽이버섯과 비슷하게 생겼다. 이것들이 자라면 느타리처럼 자랄 듯하다.
큰 비닐을 준비했다. 도저히 먹고 싶은 비주얼은 아니다. 크기는 너무 크고 잔디밭에 자라고 있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그저 어서 처리해야겠다는 생각뿐. 모종삽이 있으면 쉬울 텐데 아쉽다. 그냥 두 손을 사용해서 무 뽑듯이 쑥 뽑아 처리해야겠다.
비 온 뒤라 버섯과 잔디 풀들이 비를 흠뻑 머금고 있다. 쫌 딱딱하거나 목이 길면 쏙 뽑기 쉬울 것 같은데 한 뭉탱이씩 자라고 너무 넓게 자라 한 번에 뽑히지 않는다. 중간을 공략해서 잡아당기니 안 잡힌 부분은 여기 저리 떨어져 주변에 버섯이 널브러진다. 한 뭉텅이를 치웠을 뿐인데 힘이 딸린다. 너무도 넓게 퍼져 있어 그 기에 눌려 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다음을 공략한다. 그렇게 정신을 몰빵하고 나니 커다란 비닐봉지 안엔 버섯이 한가득이다.
그 무게가 엄청나다. 들지도 못하겠다. 그래서 봉지를 질질 끌고 있는 힘 줘짜서 번쩍 들어 쓰레기통에 넣으니 그야말로 통쾌하기까지 하다.
버섯이 왜 이렇게 크고 튼실하게 여기저기 자랐나를 살펴보니 뿌리가 보인다.
2년 전에 그곳엔 큰 나무가 있었고 그걸 자르면서 뿌리까지 갈았는데 그 뿌리 중 갈리지 않고 있다 썩으면서 그 자리에서 버섯을 키운 것이다.
이렇게 그냥 두면 또 자라고 또 자랄 터.
버섯은 습한 곳에서 자라니 일단 건조를 시키는 게 관건인데 건조… 땅을 파서 뿌리를 꺼낼 수는 없다. 그래서 생각한 건 규조토… 규조토는 습기를 없애니 한번 뿌려두고 살펴볼 요량으로 뽑은 자리마다 규조토를 뿌렸다. 매일매일 살펴보며 사진을 찍어야겠다. 만약 이게 성공하면 나의 사랑 규조토는 또 하나의 효능이 생기게 된다. 이 실험이 성공하면 좋겠다.
그래야 다시는 마당에서 너희들을 보지 않을 터.
참말로 안 보고 잡다. 참말.
p.s 규조토를 뿌린 곳엔 더 이상 버섯이 자라지 않았다. 실험결과이다. 그 어디에도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성공이다. 넘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