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누리다.
한 달 살기를 가을에 하다 보니 좋은 점이 있다.
태어나서 아마 처음이지 싶다.
이렇게 온전히 누려보긴.
언제 저런 하늘을 온전히 누려봤을까?
눈 부시도록 파란 하늘을
눈 부시도록 하얀 구름을
바람마저 싱그럽다.
그런 가을을 오롯이 누려보다니 그저 호사롭기 그지없다.
예전엔 짧다고만 느꼈는데
예전엔 짧아졌다고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결코 짧지 않고 결코 짧아지지도 않았다.
다만 내가 못 누린 거다.
다만 내가 못 느낀 거다.
그랬던 가을을 이번엔 만끽해보려 한다.
비록 차가 없어 생활반경은 좁지만
비록 먹고 싶은 것을 맘껏 먹진 못하지만
비록 매일매일 청소를 정리를 해야 하지만
이 또한 그리 싫지만 않다. 나에겐 누릴 가을이 넘치고 넘치니.
그중 단연은 파란 도화지 그리고 그 위에 핀 흰 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