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 것뿐인데.
삼일 연짱 비가 내리고 있다.
새벽부터 다시 시작된 비는 소리도 없이 살포시 내린다.
그렇게 비는 계속 내릴 기세다.
그 덕에 마당은 그야말로 물기를 가득 품고 있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자랄 일이야???
온 마당에 갈색꽃이 만발하다.
뭐지? 호기심이 가득했다. 그들의 정체도 궁금했고.
호다닥 나가보니 지천에 버섯이 한가득이다.
밤사이 누가 심고라고 간 것처럼 크기도 어마무시하다. 여기저기 많기도 하다. 이게 다 밤사이에? 이렇게 빨리 클 수 있는 거야?
비 온다고 해서 잔디를 깎아두었을 뿐인데.
그야말로 오늘 마당은 실로 대단하다.
버섯이 자라는 게 이상할 일은 아니지만 듬성듬성 하나 둘 많으면 세네 개 정도였지 이렇게 마당을 점령당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진짜로 누가 심기라도 한 것 마냥 많이도 났네 났어.
먹음직도 하게 생겼다. 그 모양이 느타리 같기도 하고 작은 건 팽이 같기도 하고. 막둥이가 사다준 느타리가 아직도 냉동고에 있는데 먹을 수 있는 건지도 모르니 섣불리 따서 먹기도 그렇고…
일단 비가 그치면 생각해 봐야겠다.
먹을지를… 아니 아니 어떻게 치울지를.
마당에 잘라둔 나무토막 그 옆에서도 다른 버섯이 자라고 있다. 그나마 많지 않아 이건 지켜보려 한다. 하지만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야생버섯은 따지도 먹지도 말라고 경고를 많이 하니 말이다.
가을은 뭐든 잘 자란다. 조건이 그들에게 잘 맞나 보다.
비가 오니 풀때기들도 푸릇푸릇하다.
계속 쳐다봐도 피로는 커녕 되려 피로가 확 풀리는 것 같다.
오늘은 그냥 이 푸르름을 양껏 누려나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