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친다.
파도가 친다. 물결도 인다.
그럼 치는 곳으로 쓸려 가는 게 맞을까?
물결에 맞서 거슬러 가는 게 맞을까?
잠시 생각에 잠기지만 대답은 분명하다.
파도에 물결에 거슬려도 쓸리지도 않으려면
바닷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된다. 그 유혹 속 바다에.
유혹은 그렇게 온다.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하게.
유혹을 이길 수 있는 방법도 이 것 밖에 없다.
그 속에 있지 말고 그곳을 즉시 피하는 것.
이렇게 잘 알고 있는데 왜 매번 쓸리고 끌리고 거슬려 급기야 쓰러지는지.
내가 인간이라 그런게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서. 그쪽으로 끌리고 끌릴 수밖에 없는 거지.
날마다 알면서도 당하고
날마다 알면서도 안 아니 못 피하니
그렇게 그렇게…
나는 내가 옳다 생각했다. 그래서 날아오는 화살을 피하지 않는 게 맞다고 그리곤 오히려 나 손으로 내 몸에 박고는 나만 상처 입었다 하고 뽑지도 않은 채 또 그걸 받아 찌르고 찢고 했다. 그렇게 내가 맞다고 내가 맞는 거라고 정당시 하며.
한 달 살기를 하면서 맘에 여유란 게 생기니 이런 나도 보인다.
밖엔 비가 우두둑 쏟아지다 가만히 쏟아지다 반복을 한다. 저마다 그들의 방식으로 이 가을을 만끽하고 있겠지? 그 속엔 나도 있다. 그거면 됐다. 뭘 더 바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