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그저 바라봐야 좋지
컵 가득 향기 좋은 차를 옆에 두고 그치기까지 그렇게.
눈이 펑펑 내린다.
눈이 많이 오네.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데 폰이 울린다.
아주 우렁차게.
남편이 전화하면 울리는 벨소리.
그 벨소리는 롯데 야구 응원가.
‘영원하라’
~~ 자 ~ 롯데의 승리 위해 소리 높여 외쳐보자
부산~~ 롯데~ 자이언츠
부산~~ 롯데 ~ 자이언츠~~
그래 남편이 보내는 응원의 소리.
나는 이 벨소리로 남편과 나를 응원하기 위해 저장했고 벨소리로 지정했다.
우린 25년을 그저 안부차 하루에 한 번 전화를 주고받는다. 떨어져 사는 삶에 대한 예의, 확인 그래 사랑이라고도 말하자. 그러기 위해서.
그렇게 살다 같이 산지 다음 주면 2개월에 접어든다.
뭐든 장단점은 있기 마련.
단점도 장점이려니 하고 살고 있는데 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이 폰이 마구 울린다.
물건이 필요하다며 배달을 요구하고
물건을 사 와야 한다며 장거리 운전을 시키지 않나
마당에 비가 많이 와서 진흙탕인 곳에 잔디를 파서 메우라지 않나
점심을 먹고 간다며 라면을 준비하라지 않나
극소심 극쫄보에 극 길치인 나에게 급기야 오늘은 물건을 가지고 오란다.
밖엔 아시다시피 눈이 펑펑 날리는 것도 아니고 아주 퍼붓는데 말이다. 날까지 추워 길은 미끄럽고 눈으로 앞도 잘 안 보이고… 정말이지 나에겐 미션 임파서블인데 수행을 하라 한다.
완전무장을 하고 빨간 장갑을 끼고는 눈 쌓인 차를 쓸고는 물건을 챙겨 운전대를 잡았다. 아주 꼭.
출발하는 길부터가 걱정 가득이다.
눈이 더 거세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야 하느니.
한참을 가다 보니 눈과 비가 같이 오더니 이젠 비만 내린다 그러더니 도착하기 10분 전부턴 비도 잦아들고 도착할 때쯤엔 거의 비도 그치고 있다.
남편에게 물건을 내려주니 한마디 한다.
“가면서 떡볶이 사 먹어.”
그래 나도 가면서 떡순오김 먹고 싶다.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