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목격하다.

아~~ 니 눔이었어?

by 블루 스카이

나는 집순이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진 않는다. 집 밖 출입 또한 잦다. 엄밀히 말하면 집 마당까지지만. 어쨌든 집에 먹을 것만 있으면 한 달도 꼬박 안 나갈 수도 있다. 그런데 여건상 그래본 적은 없다. 할 수 있을 꺼다라는 거지. 그만큼 집 밖 출입이 적다. 그런 나지만 필요한 게 생기면 나간다. 다만 준비가 필요할 뿐이다.

일단 무엇이 필요한지 조목조목 써서 동선을 짠다. 여기선 이거 저 기선 저거. 그렇게 최소한의 이동 동선으로 필요물품을 구입하면 곧바로 집으로. 그런 내가 드디어 오늘 필요물품이 생겨 바깥출입을 결심하고 나갔다. 계란은 없어선 안될 물품 중 하나라 두더즌을 구입하고 다른 것도 이곳저곳을 다니며 구입 후 돌아왔는데 앞집 할아버지께서 잔디를 깎고 계신다. 우리 동네에선 다들 잔디기계를 타고 다니며 잔디를 깎는다. 다들 연세도 있으시고 깎을 잔디도 많고 해서. 계란을 한더즌 챙겨 할아버지께 드렸다. 연세가 많으셔서 가리는 음식이 많은데 계란은 드신다며 고맙다 하신다. 그렇게 집으로 들어와 사 온 것들을 정리하고 점심을 먹고 치우는데 벨소리가 들린다. 나가보니 할아버지께서 비닐봉지를 내미신다. 그 안에는 할아버지 텃밭에서 따온 노오란 호박이 여러 개. 올해 텃밭 농사는 잘되고 있는지 여쭤보니 잘 크고 있는데 사슴이 계속 다니며 다 따먹어 성한 게 없는데 이 호박은 안 먹어 잘 자랐다며 가져온 거란다. 그렇게 계란은 노란 호박으로…

어젠 비가 제법 왔다. 나는 비가 오면 큰 창 앞에 의자를 두고 앉아 비를 구경한다. 구경 중 젤은 비.

그렇게 보고 있다보니 소나기가 잦아든다. 잠시 목을 축이고 다시 의자에 앉았는데 그 큰 창을 가득 채운 무언가가 나를 밖으로 이끌었다. 신발도 신지 않고 계단에 걸터앉아 그렇게 나는 쌍무지개를 하염없이 보고 또 봤다. 실로 오랜만이다. 쌍무지개는 첨 보는 듯.

그렇게 넋을 놓고 보고 있는데 앞집 할아버지 마당에 무언가 움직인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그 인상착의에 딱 들어맞는 범인이다. 난 한눈에 알아봤다. 언능 현장사진을 찍어야지.

“넌, 딱 걸렸어”. 그렇게 너는 현행범이 되었지.

따지고 보면 현행범은 아니다. 텃밭에 농작물이 아닌 풀을 뜯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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