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사춘기 앓이
아이가 겨우내 코끝 빨갛던 제 어미를 일컫던 말.
코 빨갛게 지독한 사십춘기의 계절을 지나고 있는 자.
'볼 빨간 사춘기'라는 가수의 이름에서 착안한
'코 빨간 사십춘기'.
요즘 나의 정체성이다.
사춘기는 애초에 지났으나 제때 앓지 못한 탓에
마흔이 넘어 뒤늦은 마음앓이를 하고 있고
볼이 빨간 대신 코가 빨개 있으니
하나뿐인 나의 아이는 우리 집 작명가답게 대번에
이런 별명을 지어 툭 던져 주었다.
어쩌면 이렇게도 탁월하게 명명한 거야!
감탄사를 남발하며 화통하게 웃었다.
철없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그 당사자가 여기 있으니 그런 자가 존재하기는 한다.
어느 순간 철이 들어간다는 게 슬펐다.
더 이상은 슬픔 너머의 무언가에 가닿을 수 없다는
결말을 알아 버린 기분이었다.
그래, 결말을 알아 버렸다.
하지만 철부지로 살리라며 고집스럽게 다짐했다.
이렇게 다짐까지 할 일인지 자문하지만
답은 그렇다는 것.
들어가는 나이만큼의 무게를 지닌
고민과 갈등에 직면할 때면
다른 이들의 조언들을 짜깁기하여 방향성을
찾아보려고 발버둥 치지만
조언은 조언일 뿐, 그 끝은 내 안에 있는 답으로
풀거나 혹은 덮기 마련이었다.
그들과 나는 다르니까.
내가 그들과 똑같을 수 없으니까.
알게 모르게 세상만사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걸 배우고
숱한 희로애락에 치이고 데어
멍들고 진물이 고였다가 아무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 과정이
결국 철드는 인생인 셈인걸.
뒷북 유레카, 멍텅구리 개똥철학자 나셨다 참말.
이래서 사춘기고 뭐고 제때 겪어야 한다고 하나 보다.
첫걸음이니 가벼이 경쾌하게 가자고 마음먹었는데
오히려 난감하고 번잡한 방구석 낙서가 되었다.
물론 방구석에 이 따위의 낙서를 해 두면
셀프로 반성의자 앉아야지 뭐.
코뿐만 아니라 귀까지 빨개질 사십춘기의 궤변은
철들지 않는 한 계속될 터이다.
+ 더함 _ 시답지 않은, 싱겁기만 한 저의 첫 글을
읽어 주신 분께 감사와 송구함을 함께 남겨 둡니다.
완벽하기를 기대하지 않으며, 완벽하지 않더라도
주저하지 않고 도전하는 용기를 잃지 않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