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야

의견을 받아들일지 아닐지는 나에게 달린 거야

by 빛담

"빛담 금요일 오후 다돼 가는데 왜 퇴근 안 해. 일이 바빠?"

아 맞다, 오늘이 벌써 금요일이구나.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시간은 정말 잘 간다. 벌써 금요일이라니.

필자는 최근 금요일 오후 7시마다 집 주변 도서관에서 "팔리는 책이 되는 에세이 쓰기" 수업을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수업은 총 10회 차로서, 어제부로 5회를 모두 출석했으니 남은 수업 횟수는 5회가 남아 있다.

사실 나는 평소 책을 그렇게 많이 읽는 스타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내가 브런치에 작성하고 있는 '자전적 에세이'라는 장르와 관련되어서는 자기 계발서와 같은 책 보다 더 안 보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꾸준히 브런치에 회사생활을 하며 느낀 투정과 평소 일상에서 만났던 즐거움, 고마움, 불쾌함등에 대해 글을 적는 것이 크게 어렵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으나, 빚 지고, 갚고 편에 적었듯 독립출판으로나마 나의 이야기를 불특정 다수에게 해 드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뒤 조금이라도 나의 글쓰기 실력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수강 신청을 하게 된 것이었다.


글쓰기 수업이라는 카테고리로 누군가로부터 지식을 전달받는 것은 처음이라 이러한 수업 방향이 보편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수업은 대략 한 시간 반 정도로 진행이 되며 강사님께서 각 회차마다 수강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와 그에 대한 본인 혹은 다른 작가들의 예문을 가져와 설명해 주시고 매주 글쓰기 과업을 내어주시며 피드백을 해주시는 방식이다. 이제껏 수업을 들으며 한 번도 글쓰기 과업을 안 해간 적은 없지만, 4번의 피드백을 메일로 받으면서 사실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았다.

수업시간에 배운 주제와 연관된 글감을 주시곤 하시는데 그것이 어떨 땐 나에게 꼭 맞는 글감이었던 적도 있고 그렇지 않았던 적도 있다. 글감에 대한 과제를 쓰는데, 누군가가 피드백을 해주는, 그것도 하필이면 책을 쓰는 걸로 직업을 삼는 작가님께 보여드릴 수 있는 글을 쓰는 게 보통이 아니다. 내가 브런치스토리에 쓰는 글은 사실 일기의 비중이 매우 높다. 내가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에게 이 글을 쓰는 '이유', 즉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냐 없냐의 판단기준을 갖고 일기와 에세이를 구분하게 되는데 내가 여태껏 써온 글들은 똑 부러지는 글의 '이유'는 스스로 찾기가 어려울 때가 많았다.


이렇듯 일기와 에세이의 어느 중간쯤의 글들을 주로 써오던 나에게, 독자의 시선으로 솔직한 피드백을 해 주시는 분이 나타났으니 글쓰기 실력향상을 도모해 오던 내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운 수업이었으나, 그 피드백이 정말 '솔직'하신 경우가 많아 메일로 작성해 주신 의견을 모두 보지 못하고 그냥 브라우저의 닫힘 버튼을 클릭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의 결과물에 대한 부정적 피드백으로 인해 나는 분명 내가 참여하고 있는 글쓰기 수업을 만족하면서도 다소 불편해하는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불편해하는 감정'은 최근 들어 처음이 아니었다.

Small Success라는 글을 쓴 지가 벌써 3년이 넘었다. 이 글을 보면 필자가 웨딩스냅을 배우기 위해 현업에 있는 작가님으로부터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며 고마움과 동시에 불편한 감정을 털어놓았던 글이었는데, 현재 수강 중인 글쓰기 수업의 강사님에 대한 고마움 및 불편함에 대한 양가감정과 쏙 닮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 사진의 대한 결과물은 꽤 나름 자부하는 편이었었는데, 상업사진, 게다가 일생의 한 번뿐인 웨딩스냅을 입문하기 위해서는 꽤나 혹독한 트레이닝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부정적인 피드백을 계속 받으면서도 이렇게 얻기 힘든 기회를 주셨는데 그 또한 내가 이겨야아한다는 고마움도 함께 느끼고 있었던 거 같다.


생각해 보면 그들은 나에게 굳이 결과물에 대한 부정적 피드백을 해주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없는 분들이다. 이미 각자의 영역에서 존중을 받고 계시며 그들은 나에게 이런 의견을 알려주지 않아도 그들에게는 손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내게 '솔직한' 피드백을 해주고 있었다.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나는 그들을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부정적 피드백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것을 바로 결과물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3년 전이고 지금이고, 왜 나는 과거 및 현재 배우려고 하는 과목에 대해 '남들보다 잘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일까? 과거의 사진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좋아요를 받았던 경험 때문에? 브런치 작가라는, 이제는 다소 허들이 낮아진 글쓰기 플랫폼 안에 있다는 이유 때문에? 독립출판물 간행을 통해 사진과 글이 읽기 편해 좋았다는 지인분들의 긍정적 피드백 때문에? 이런 사유들로 인해 사진과 글쓰기를 남들보다 조금 잘한다는 우월감에 빠져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남들보다 자신 있다고 여기는 결과물에 대해 내 기대와는 다른 피드백을 할 때 더욱더 불편함을 크게 느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빛담님, 글에서 독자에게 어떠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글 내용을 읽다 보면 전개부터 결말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본인의 자랑 섞인 이야기들이 좀 많이 보이는 거 같아요"

"글의 개연성이 부족해요. 왜 R형이 술을 마시게 되었는지 부분에 있어 좀 더 글의 내용이 필요해 보여요."


글짓기 강사님께서 내가 제출한 과제에 대해 피드백을 해주신 내용 중 일부를 가져와봤다. 사실 이성을 찾고 글짓기 강사님의 피드백 메일을 다시 살펴보면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실제 내가 글을 쓰면서도 '이게 무슨 말이지?' 하는 글들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앞선 예시의 피드백들을 해주고 계셨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그동안 나는 나름 글을 꽤 잘 쓴다는 착각에 빠져 살고 있었기에, 결과물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못한 피드백을 받았을 때의 실망으로 인해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된 것 같았다.


결국 그의 피드백을 받을지 안 받을지는 내가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그는 그대로 그의 소임을 다했다. 내가 여기서 글쓰기 수업을 더 이상 받지 않아도 나에게 불이익은 크지 않다. 또한 그의 피드백을 귀담아듣지 않아도 전혀 문제는 없다. 하지만 그러한 태도로 수강을 지속하는 건 정말 의미가 없는 시간 죽이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왜 이 수업을 신청했고 또한 듣고 있는가. 그것은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진 글쓰기 실력을 얻고자 함이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일단은 나의 결과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조금이라도 더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임해본다면 충분히 앞으로의 글쓰기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야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쓸 때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5주도 다소 불편한 수업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그로부터 얻어갈 생각을 하고 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글쓰기 수업 10주, 꼭 완주해 보련다.


PJHW0689.jpg 삶이 대단한가, 그저 주어진 여건 내에서 행복하게 살아보는 거겠지



매거진의 이전글절교하는 버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