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대신 일본어 책을 든 아침

by 빛담

일요일 오전, 오늘도 나는 집에 혼자 있다.

아이들은 각자의 종교활동과 친구들과의 놀이를 위해 외출했고, 아내는 도서관 업무로 오전에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평소 같았으면 이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카메라를 챙겨 들고, ‘서울 가볼 만한 곳’, ‘양평 가볼 만한 곳’을 챗GPT에 물어보며 출사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좀 다르다. 사진을 찍으러 나가기에 마음이 걸리는 부분이 있다. 바로 ‘시험 준비’ 때문이다.

2주 앞으로 다가온 일본어 능력시험 N2.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요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최근 2주 동안은 주말에도 혼자 산책을 나가거나 사진을 찍은 적이 거의 없다. 물론, 회사에서의 압박도 한몫했을 것이다. (예상밖의 만류, 그리고 번복)

지금도 그 압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가 뭐라든 내 할 일은 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은 뒤, 동료들의 응원까지 확인하고 나니 한결 괜찮아졌다. 무엇보다도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이, 지금은 사진보다 공부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미 취득한 N4와 N3 시험 때는 ‘그래도 합격은 하겠지’라는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N2는 다르다. 한자, 문법, 독해, 듣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난이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그래서일까. 시험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이전 시험들보다 훨씬 큰 부담감이 느껴진다. 이미 경험한 시험인데도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


사실 이 시험은 누구의 강요도 아닌, 순전히 내 의지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안 봐도 그만인, 완전히 선택적인 시험. 그저 마음이 동했고, 그 감정이 지금까지 나를 이끌어왔다. 그러니 누가 시킨 것도 아닌 이 시험을 내가 치르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어린 시절, 일본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을 보며 익숙한 어순과 유사한 단어들에 흥미를 느꼈고, 몇 번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암기되던 그 신기함이 일본어에 대한 호기심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 일본 여행을 하며 만난 사람들의 친절함과 깨끗한 거리, 골목골목의 아기자기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번 N2 준비를 하며, 매일 조금씩이라도 일본어에 접하려고 노력해왔다.

야후 재팬에 들어가 한국 관련 기사를 읽고, 댓글을 통해 표현을 익혔다. 또, 통근 시간에는 일본어 팟캐스트를 들으며 친숙함을 키우려 했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 시험을 치러 아쉬운 결과를 얻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마음 한켠의 불편함을 동력 삼아 조금이라도 더 공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불편함이 있어야 진심이 나온다는 걸 이번에야 체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시험에 대한 압박은 크지만, 동시에 시험 이후에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생각도 자주 떠오른다.

무엇보다 올 10월 초, 황금연휴에 혼자 떠나는 교토 여행이 예정되어 있다. 무려 10박 11일. 내 인생에서 가장 긴 해외 체류가 될 예정이다.

이번 여행은 단순한 출사가 아니다.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체험이자, 내가 그곳에서 직접 해보고 싶었던 활동들을 하나씩 정리해 에세이로 남기고자 하는 ‘기획 여행’이다. 그래서 시험이 끝나면 가장 먼저, 머릿속에서만 구상해온 교토 여행 계획과 에세이 목차, 그리고 액티비티 예약들을 본격적으로 정리하고 싶다.


또, 그동안 미뤄왔던 사진 촬영도 다시 이어가고 싶다.
여름은 산책하기엔 덥지만, 사진 결과물에는 땀 냄새도 고달픔도 담기지 않는다.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 길게 이어지는 햇살, 노을과 구름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어느 피사체와도 감성적으로 어울린다. 그러니 여름 풍경을 담으며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고 싶다.


그리고 이번 시험에 합격하게 된다면, 다음 단계인 N1 준비도 이어갈 생각이다.
시험을 올해 말에 볼지, 내년 7월에 응시할지는 아직 미정이지만, 어떤 일이든 늘 정상에 오르기 직전, 멈춰버렸던 과거의 나를 넘고 싶은 마음만큼은 분명하다.


이 글을 마무리한 뒤, 나는 다시 일본어 수험서를 펼칠 것이다.
잘 외워지지 않는 경어, 의성어, 복잡한 문법들을 되새기고 반복할 것이다.

시험은 늘 내 삶의 어딘가에 있어왔고, 그때마다 남았던 것은 대개 후회였던거 같다.
‘그때 조금만 더 하지 그랬어.’
‘왜 그때 안 했을까.’

남은 시간, 좀더 내실있는 시험 준비를 통해서 그런 후회 없는 시험을 치르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잠깐의 외출 욕심을 접고 조용히 책상 앞에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