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취미로 시작했지만, 이번엔 꽤나 진심이었다

일본어 능력시험의 벽, 그것은 사실 나의 벽을 넘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by 빛담

처음에는 그저 가볍게 시작했던 일본어 공부가, 지금에 와서는 내게 꽤나 의미 있는 여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주말, 드디어 JLPT N2 시험을 치렀다.


"뭐, 떨어지면 어때. 내가 이 나이 들어 유학을 갈 것도 아닌데."

"취미로, 즐거움으로 도전하는 거잖아."


이런 마음으로 시작한 일본어 공부가 어느덧 2년이 되었다.

JLPT N3까지는 그야말로 ‘즐기는 마인드’만으로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었지만, 이번 N2는 달랐다. 시험지를 받는 순간 식은땀이 흐를 만큼, 분명 이전보다 한층 높은 벽이었다.


솔직히 말해, 일본어 시험을 꼭 봐야 할 이유는 없다.

합격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공부를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일본 취업 사이트를 종종 들여다보며 ‘JLPT N2 이상’이라는 문구를 볼 때마다, 마음 한켠에서 어렴풋이 외국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라났다.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그 ‘외국’은 가장 익숙한 일본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제2외국어 공부에 몰입하게 됐다.


사진 대신 일본어 책을 든 아침 이라는 글을 썼던 시점 이후, 나는 인스타그램에 새 사진을 거의 올리지 않았다. 생존신고 겸 예전 사진을 몇 장 재업로드한 게 전부다. 평소 좋아하던 사진 찍는 여유조차 없을 만큼 일본어에 집중했다.


시험을 앞두고는 야후 재팬에서 현지 기사를 읽으며 모르는 단어를 네이버 사전에 정리했고, 출퇴근 시간에는 청해 점수를 올리기 위해 쉐도잉을 반복했다. 까먹기를 밥 먹듯 하는 일본 한자와 단어들을 외우기 위해 서서 예문을 반복해 읽는 습관도 들였다. 그렇게 긴 시간의 노력이 지나고, 마침내 나의 일본어가 ‘평가받는 순간’이 찾아왔다.


시험은 세 시간 넘게 진행됐지만, 긴장과 부족한 준비 탓에 시간은 순식간에 흘렀다.

시험을 마친 뒤에는 ‘붙겠다’는 확신은 없었다. 운이 좋으면 붙을 수 있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래도 이번 시험 결과에 대한 미련은 없다. 왜냐면 나는 이번 수험 기간 동안 정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번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한 결과, 이젠 일본어 뉴스도 귀에 들리고 야후 재팬에 올라온 기사와 일본인들의 댓글을 보며 그들의 ‘다테마에’가 아닌 ‘혼네’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보람 있는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젯밤에는 가답안을 보고 기억을 되살려 채점을 해보았다.

아주 안정권은 아니지만, 어쩌면 붙을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물론 붙더라도 나는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는 ‘꼴찌 그룹’일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나에게 시험은 ‘점수’가 아니라 ‘통과’가 목표였으니까.


오늘 아침 출근 후에도 일본어 공부 카페를 들락날락하며 가채점 결과를 공유했고, 다른 수험생들과 함께 합격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흥분이 가라앉은 지금, 나는 다음 목표인 N1을 향해 조용히 마음을 다잡는다.


물론 N1은 더 어렵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N2를 합격했다면, 그 이후의 공부는 목표를 넘어선 보너스 스테이지다. 이번에는 점수보다 과정을 즐기고 싶다.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로 했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 그 자체로도 이미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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