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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br Oct 10. 2020

그, 그녀, 그들

한글의 위대함은 비편향에 있다

이날 함께 확진된 간호조무사는 본관 6층 62병동에 근무했으며 81병동에서 확진된 간호조무사와 밀접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는 지금 하고 있는 한영코퍼스 MTPE(기계번역포스트에디팅) 작업에서 나온 문장인데, 번역으로 본격적인 ‘돈벌이’를 시작한 지 3개월차 새내기(새내기라는 말을 요즘에도 쓰는 진 모르겠지만) 번역가로서 연륜과 경험이 미천한 탓일까? 가끔 어떤 문장을 맞닥뜨리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이 많아진다. 병렬 문장 작업이다 보니 한글의 특성상 주어가 없는 문장도 많고, 주어가 있더라도 같은 주어를 반복해야 상황에서 영어의 she를 넣을지, he로 갈 지 늘 고민하게 된다. 물론 저 위의 문장은 3인칭 대명사를 굳이 생각할 필요 없이 nursing assistant로만 가도 어차피 이 작업은 최대한 직역으로 정보만 빠지지 않으면 되므로 문제될 건 없다. 그럼에도 갑자기 든 생각은 우리가 흔히 ‘간호조무사’라 하면 여성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나름 편견없이 세상을 바라본다고 노력한다고 생각하는 나 역시, 간혹 이 작업을 할 때 마다 추가 정보가 없어 자의적 판단을 내려야 할 때 무심코 ‘she’로 입력하는 나의 편향성을 발견하곤 짐짓 놀랄 때가 많다. 영어권 나라에서는 성정체성의 구분을 거부하는 젠더리스 인구가 자신을 ‘they’로 불러 달라는 사회적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이 단수임에도 불구하고 ‘they’로 불리는 atypical한 사람들이 소수 있다고 한다. 아니면 이건 여자 사람을 she라고 부르고, 남자 사람을 he라고 지칭하는 영어의 태생적 문제일 수도 있다. 우리가 편하자고 하는 만든 시스템이 편향을 만들고, 그 편향에 반감이 생기는 사람들이 ‘they’라는 또 다른 시스템을 고안하는 데에서 오는 이 피곤함의 한가운데에 소심하게 외친다. 


“세종대왕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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