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
사악, 휴지 위 번지는 붉은 노을이 거울 속에 담겨있었다. 그 휴지 뒤에는 성하의 공허한 눈빛이 거울 속 성하의 텅 빈 눈동자 속에 담겼다. 겨울은 그 모습을 거울 뒤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손목에 수많은 붉은 바코드는 오늘 더 선명해졌고 붉은 노을은 차가운 와인처럼 깊고 진하게 휴지를 적셔갔다. 도와줄 수는 없었다. 겨울은 거울 속에 사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니까. 그저 공허한 성하를 바라보는 일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찰나의 순간 성하의 눈동자가 겨울을 바라보는 듯했다. 성하가 거울 속 겨울을 본 것인지 겨울의 착각인지 알 수 없었으나 분명한 눈맞춤이었다. 그 순간이 겨울을 얼려버렸기 때문이다. 옆으로 누운 성하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흐른다. 텅 빈 눈동자 속에 어쩜 그렇게 많은 눈물이 있었을까? 사실 눈물이 가득한데 투명해서 텅 비어 보였던 걸까? 눈물이 강이 되어 와인이 담긴 휴지에 함께 담겼다. 그래서 휴지는 온통 검붉은 빛이다.
성하는 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소리가 없다. 그저 눈에서 흘러넘치는 눈물만이 성하를 우는 사람으로 만든다. 바코드가 찍힌 손으로 성하는 눈물을 닦아냈다. 거울 속 성하의 눈물은 빨간 볼펜으로 그어진 삐에로의 눈, 그것과 닮아있었다. 그 모습이 겨울은 퍽 안쓰러웠다.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바라볼 뿐. “너 거기 있지?” 성하는 거울 속 자신을 보며 말했다. 겨울은 성하를 바라보았다. “나 너무 힘들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이 짓 정말 하기 싫은데 할 수밖에 없어서 괴로워. 듣고 있어? 나 너무 괴로워.” 소리 없이 우는 성하가 목소리를 높여 거울 속 성하에게 부르짖었다. 아니, 겨울한테였을까? 겨울은 여전히 바라볼 뿐이었다.
울다 지쳐 잠든 성하의 눈가에 반짝거리는 물빛을 겨울은 닦아주고 싶었다. 팔목을 흐르는 검붉은 와인도 닦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할 수 없었다. 성하 자신이 눈의 물빛을 닦아야 하고 팔의 검붉은 와인도 스스로 마셔야 한다.
겨울은 그저 거울 속에서 지켜볼 뿐이다. 새하얀 눈더미에 갇힌 집안에 있는 사람처럼 창 밖으로 풍경만 볼뿐이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