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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Jul 07. 2023

어떻게 밥만 먹고 사니?

뭐든 골고루 섭취해야지!


#1

"오빠 내가 버니 사람 먹는 거 주지 말라고 했지? 그리고 간식 좀 적당히 주고, 버니는 다리에 살이 안 찐단 말이야. 살찌면 다리 부러질 수도 있다고!"

여기서 버니는 우리 집 셋째 아들이자 반려견이다.

버니는 작년에 우리 집으로 입양된 올해 7살 된 성인견 이탈리안 그레이 하운드다.

종의 특성상 살이 찌면 살을 빼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몸통만 살이 찌기 때문에 다리에 무리가 간다. 살이 찌면 빼는 것도 힘든 종 중에 하나다.

그런데도 신랑은 살찌는 간식들을 자꾸 먹인다.

그런 행동들이 나는 늘 못 마땅해 오늘처럼 소리를 지른다.


"제발 쫌 주지 말라고!!!"

"버니 너! 안돼!!! 먹지 마!!!"


"너는 밥만 먹고살 수 있어? 가끔 라면도 먹고 피자도 먹고 치킨도 먹잖아. 버니도 매일 사료만 먹으면 무슨 낙으로 살겠냐? 사료도 좀 먹고 간식도 먹고 고구마도 먹고 그러는 거지. 조금 주는데 너무 뭐라 하는 거 아니야?"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버니가 살찔까 봐 식탐이 늘어날까 봐 걱정이다.


그래 인간도 동물도 어떻게 밥만 먹고살 수 있겠어? 가끔은 다른 것도 먹으며 살아야지~


#2

"엄마 이번 겨울 방학 때 나 피아노랑 기타 배우고 싶어. "

"뭐? 뭐라고?"

두 아이 영어 수학 학원비만 해도 등골이 휘어지는데 악기까지 하고 싶다는 큰 아들이다.

어찌해야 하나?

'그냥 혼자 독학 좀 해보지. 유튜브 조금만 보면 배울 수 있을 텐데.. 꼭 학원을 가야 하나?'


"엄마! 등록해 줄 거지?"

"응? 으~~ 응 그래! 일단 마지못해 대답한다.


"그래 맨날 공부한 하고 살면 무슨 낙으로 사니?. 공부하다가도 힘들고 지칠 때 피아노도 치고 기타도 치면서 풀 수 있다면 좋은 거지?

네가 힘들고 지칠 때 악기가 너를 위로하고 달래 준다면 지금 학원비는 아깝지 않겠지. 그래 등록해 줄게. 대신 열심히 해 줄 거지?"


그래 어떻게 공부만 하고 살 수 있겠니? 가끔은 취미생활도 하면서 살아야지.



#3

그렇다 인간도 동물도 한 가지만 먹고 한 가지만 하고 살 수 없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일만 하고 산다면 어떨까?

나는 다양한 일들을 하며 사는 걸 좋아한다.

어디든 손을 살짝 담가 본다던지 발을 살짝 걸쳐놓는다.

그렇게 하나하나 조금씩 젖어들면 나의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어떻게 한 가지 일만 하고 살 수 있나?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살아가는 거지?


예전에는 한 우물만 끝까지 파라고 했다.

만약 내가 물이 없는 우물만 파고 있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내 주변에 여러 개의 우물을 판다.

신랑은 네가 한 우물을 안 파서 돈을 못 모으는 거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들 중 언젠가는 하나 또는 두 개 또는 여러 개의 우물에서 샘솟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우물이 샘솟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기저기에 구멍을 판다.


그래 어떻게 한 우물만 파고 살 수 있겠니?

여기저기 파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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