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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Nov 08. 2023

나 도세권에 사는 여자야

도서관! 존재만으로 행복하다.

어느 날 갑자기

아파트 앞에 공사가 시작되었다.

무슨 공사냐고 물으니

어떤 이는 주차장을 짓는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도서관을 짓는다고 말했다.


뭐가 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도서관이 들어온다는 말에

나도 드디어 도세권에 살게 되는 건가? 하고 좋아했다.


두 아들이 주야장천 도서관을 드나드는 모습을

상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공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도서관이 완성되었을 때

사람들이 한 마디씩 했다.


여기는 주차장이야? 도서관이야?

1층은 도서관이었지만

그 위로는 다 주차장으로 지어진 도서관이었다.

지역 주민들의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어진 주차 도서관인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도서관 환경은 약간 열악해 보이기도 했다.

유아동 책은 부족했고

책 좀 빌리려고 해도 없는 책이 더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 차근차근 채워지겠지 하고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도서관을 즐겨  찾는 사람이 아니었다.

빌려보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은 무조건 사서 소장해야 한다는

나만의 고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긴 그 고집은 책을 많이 읽지 않을 때의 고집이었다.

독서모임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매번 책을  사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금씩 도서관을 찾기 시작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도서관이 있고

24시 스마트 도서관까지 생겼다.


언제든지 도서관에 걸어 가서

책을 빌릴 수 있어 좋았다.

집 앞 도서관에 없는 책은 상호대차를 신청하면

집 앞 도서관으로 가져다 주는 시스템이 있어

자주 이용해 불편함도 없다.

이 얼마나 스마트한 시스템이란 말인가?


이렇게 지역주민들을 위해 만들어준 도서관

이용 안 할 수가 없다.




예전 학창 시절에

시험기간이 되면 도서관을 찾았다.

책을 보러 가는 게 아닌 공부하러

나에게 도서관은 그냥 공부하는 공간이었다.

우리때는 도서관에서 썸도 많이 일어났다.

쪽지가 날아다니고

이성에 관심이 많던 청소년기에

도서관만큼 재미난 장소가 없없다.


집 근처에 도서관이 없어서

멀어도

버스를 타고 도서관을 찾아가서

공부보다는 한 눈 판적이 더 많았던 시절이다.



그때에 비하면

우리 아이들은

집 바로 앞에 도서관이 있으니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하지만 두 아들이 도서관을 찾는 횟수는

많지 않았다.

가끔 시험기간에 이용하는 정도.

뭐 나도 그랬으니 뭐라고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스세권, 역세권, 슬세권 등 수많은 세 권이 있지만

도세권만큼 좋은 게 있을까?

아이들도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나도 수시로 방문하고

요즘은 여러 가지 취미 프로그램과

인문학 강좌 등

유익한 프로그램도 많은 도서관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바보 아닌가?

그래서 나는 더 열심히 도서관을 이용한다.

가끔은 도서관에서 강의를 하기도 한다.



나는 이용하지 않았던

그 시절을 반성하면서

 열심히 도세권을 즐기며 산다.


나!!! 도세권에 산다고

자랑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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