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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Nov 07. 2023

어떻게 감만 먹고 사냐고?

감은 과일일까?


외갓집은 감 과수원을 한다

매년 11월 초가 되면 감을 따는데

그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사실 나는 감 따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쭉쭉 뻗은 나뭇가지 사이로

손을 뻗어 감을 따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 따는 날은 좋아한다.

시간만 맞으면 감 따는 날은

참여하려고 한다.

올해는 감 따러 가는 인원이 없어서

친정 엄마랑 이모 이모부 이렇게 넷이서

가기로 했다.


내가 감을 따러 가는 이유는

엄마와 이모들의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서다.

예쁜 사진도 찍어주고

이모와 엄마는 사진을 보며

그날을 추억하며 행복해하기에

난 늘 사진사로 함께한다.


엄마는 가기 전부터 올해는 탄저병으로

감농사가 엉망이 되었다며 걱정이었다.

과수원에 도착하니

작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감이 없었다

많이 익어버려 홍시가 되어버린 감도

수두룩했다.


그래도 남은 감을 따야 했다.


감을 따기 위해서는

포대를 메고

장갑을 끼고

가위를 들고

감을 따야 한다.


어제 비가 와서

땅도 질퍽하니 물이 고여

감 따기가 더 상그럽다.


예쁜 감이 없으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맛있는 초동단감인데

올래 농사가 이 모양이라니 ㅜㅜ

나도 속상했다.


나름 감부심이 있는 가족들이라 더 속상하다.

외갓집뿐만 아니라 다른 집도 올해 감농사가

그렇다니 어쩔 수 없다


나는 대충 따고 카메라를 들었다.

이모와 이모부 엄마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모는 감 안따고 사진만 찍는다고

잔소리하면서도 카메라를 들이대면

포즈를 취한다.


사실은 엄마와 이모가

매년 감을 따러 오는 이유는

자식, 손자 손녀,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주기 위해서다.

실제로 본인이 먹을 양은

반 박스도 되지 않는다.

올해 농사가 잘 되지 않으니

다들 속상해하는 눈치다.

나눠 먹지 못해 속상해 감을 돈 주고

구매까지 하는 이모다.


속상한 맘에 내년부터는

감 따러 오지 말자며

나는 불난 집에 부치질까지 더한다.

요즘 맛있는 과일이 얼마나 많은데

젊은 사람들은 감은 과일로

생각하지도 않고 먹지도 않는다고.

이제 그만하자고 이제 따러 오지 말자고

차라리 그날 하루 함께 놀러 가자고 소리친다.

사실 그렇게 말하는 나도  아쉬움은 컸다.


어릴 적 나는  가을만 되면

밤마다 엄마가 깎아주는 감을 먹었다.

아삭아삭한 단감과 함께 가을 보냈다.

시원한 부엌 한편에 쌓아두고 먹는

감은 꿀맛이었다.

추억의 과일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애들은 감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정 사정해야 하나 먹을까 말까 한다.

그래서 더 속상하다.


감이 얼마 없어서 금방 따고

근처 작은집에 가서

부추며 고구마줄기. 서리태, 맵쌀, 호박, 고추,

, 참기름 등을 두둑히 챙기자

감 때문에 속상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함박 미소 짓는 엄마와 이모


외할머니가 살아 계셨다면

이렇게 한 보따리 챙겨주셨을 것이다

다행히  시골에 남아 있는 친척분들이 계시니

이런 거라도 얻어먹을 수 있다.


그분들이 사라지면 더 이상

맛볼 수 없는 것들이다.

감도 마찬가지겠지


감도 맛있는 외래 과일에 밀려

인기가 없어져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런 날이 오지 않도록

우리 두 아들에게 열심히 감을 먹여야지

가을을 대표하는 과일

감이 영원하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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