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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자까 Feb 06. 2023

멀티태스킹? 싱글태스킹!

 어느 날 와이프와 함께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재미없는 부분이 나와 나는 슬쩍 핸드폰을 켜고 웹툰을 보았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집중해서 보고 있는데 와이프가 갑자기 버럭 소리를 친다.


"자기! 내 말 듣고 있어?"

"응?"

"지난달 가스비 냈었냐고 물어봤잖아!"

"아. 냈었지 가스비."

"어휴, 자기는 멀티가 왜 이렇게 안돼?"


 여기서 와이프가 말하는 멀티는 '멀티태스킹(Muti-Tasking)'을 말하는 것이다. 멀티태스킹은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의 작업을 동시에 처리한다는 말이다. 이는 들었을 때 상당히 유능한 인상을 준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부러워할 능력이며 현대인의 기본 소양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멀티태스킹이 정말 효율적이고 유능한 것일까? 멀티태스킹이라는 단어가 쓰이기 시작한 건 1960년 이후였다. 처음 멀티태스킹이란 말은 하나의 컴퓨터(CPU)가 여러 작업을 번갈아 가면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했다고 한다. 단지, 컴퓨터는 그 처리 속도가 너무 빨라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물론 '멀티코어'라는 여러 개의 CPU를 탑재한 컴퓨터가 출시되기도 했다.)


 컴퓨터도 한 번에 하나의 일을 처리하는데 인간에게 온전한 멀티태스킹이 가능할 리 만무하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멀티태스킹이 일상화되면 뇌의 이성적인 작업을 담당하는 '전두엽피질'과 기억이나 공간 학습에 관여하는 '해마'에 손상을 입는다고 한다. 이 두 부분의 손상은 집중력 저하와 뇌에 전반적인 손상을 가져온다.


 물론 사람은 두 가지 이상의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우리는 음식을 먹으면서 유튜브를 보고, 길을 걸으면서 대화를 하며, 심지어 전화를 하면서 운전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일에 모두 100퍼센트 집중할 수는 없다.

 밥을 먹고 있는데 보고 있는 공포게임 유튜브 영상에서 갑자기 귀신이 튀어나오면 순간적으로 음식물을 씹던 것을 멈출 것이다. 또 그러면 안 되겠지만 급한 비즈니스 업무로 운전을 하며 통화를 하는데 상대방이 사업 아이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요구한다면 차를 잠시 갓길에 대고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뉴욕 타임스』의 기자 매트 릭텔의 말에 의하면 운전 중 통화를 하는 것은 전체 집중력의 40퍼센트를 차지하는데, 이는 음주운전을 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


 인간의 집중력은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모든 일을 동시에 처리하겠다는 건 사람의 욕심에 불과하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건 한 개의 성공도 없이 그 일들을 모두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병렬식 처리방식'보다 하나씩 집중해서 처리하는 '직렬식 처리방식'을 지향해야 한다. 이러한 '직렬식 처리방식'을 나타내는 말로써 '싱글태스킹(Single-Tasking)'이라는 것이 있다.


 싱글태스킹은 멀티태스킹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몰입하는 것이다. 몰입할 때 사람의 능률은 최고로 상승하며 긍정적 에너지와 성취감을 느낀다.

 실제로 어느 한 연구결과에서 강의 도중에 노트북을 열어놓은 학생이 노트북을 닫고 강의를 듣는 학생들보다 낮은 점수가 나왔다고 한다. 멀티태스킹이 익숙한 사람은 집중력이 떨어지며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다.


 사람은 컴퓨터가 아니다. 아무리 바빠도 모든 일을 해내려 하면 도리어 아무것도 해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해 우선순위를 정해 집중해서 한 가지씩 처리해 보는 건 어떨까?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할 순 없지만 확실하게 몇 가지 일을 해내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렇게 몰입하며 일을 하나씩 끝내다 보면 거기엔 어느새 모든 일을 해낸 자신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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