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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자까 Feb 15. 2023

가르고 나누어 생각하지 말자

'갈라치기' 문화의 만연

"자기는 결혼을  예비신랑이 유흥업소에 대해 검색하는 걸 어떻게 생각해?"

"응?"


 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와이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어안이 벙벙했다. 믿으나마나 나는 유흥업소는 커녕 그 흔한 클럽도 가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당황한 이유는 와이프의 입에서 나올만한 단어가 아닌 것이 나왔다는 점과 '자기는 다른 남자들과는 다를 거야'라고 기대하는 눈빛 때문이었다.

 혹시나 신혼부부의 다툼으로 치닫는 흥미진진한 전개를 바라시는 분이 계실까 봐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대화로 인해 우리가 싸우지는 않았으니 기대는 접어주시길 바란다.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와이프에게 물어보았다. 이유인즉슨, 한 네이버 카페에서 『한 달 뒤 결혼인 예비신부인데 남자친구 핸드폰에서 유흥업소 검색기록이 나와서 파혼할지 고민이에요』라는 내용의 글이 1위 인기글이라서 나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얘기를 듣고 궁금해져서 글을 직접 찾아봤는데 나는 내용보다도 댓글에 더 눈이 갔다. 약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려있었고 그곳에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편을 갈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각자의 주장은 이러하다. 남자들은 '직접 간 것도 아니고 그냥 호기심으로 검색해 볼 수도 있지 않느냐'라는 것이었고 여자들은 '이제 곧 결혼할 사람이 그런 곳에 호기심 갖는 게 말이 되냐'라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쪽의 의견이 맞다는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에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이야기는 대개 빙산의 일각만큼 일부분의 문제일 뿐이고, 실제 당사자들 사이에는 어떠한 뒷배경이 더 있을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 수 있는 건 당사자들 본인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에서 본 남의 이야기 때문에 나까지 감정소모하며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진 않았다. 글을 닫으려는 그때 어느 한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입니다. 우선 예비신부님의 마음이 매우 슬프시겠습니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에서는 배신감이 먼저 들겠죠. 댓글에서도 많은 분들이 싸우고 계시는데 다른 분들이 이러쿵저러쿵 할게 아니라 사실 이 문제는 받아들이는 예비신부님의 마음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결국은 신뢰의 문제입니다. 간단한 얘기이지만 예비신부님이 예비신랑님을 믿지 못한다면 파혼하는 게 맞고, 끝까지 믿을 수 있다면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무척 공감하는 의견이었다. 서로에게 아직 신뢰가 남아있으면 결혼하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그만두는 것이다. 결국 선택은 당사자들의 몫이다.

 하지만 사람은 본인의 주관이 너무나 뚜렷한 동물이다. 처음에는 댓글로 위로 섞인 조언을 하지만 누군가 자신의 의견에 반박하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는 진흙탕 토론이 시작된다.


 인터넷상에서의 남녀 갈등의 대립은 한국 사회의 비이상적인 현상 중 하나이다. 이는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초연결 사회이기에 가능한 현상이다. 대중들이 쉽게 접하는 언론 매체는 중립 된 표현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정보를 전달하는 언론으로써의 본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성차별 이슈와 불평등 사례를 이용해 편협하고 자극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국내 언론사나 각종 SNS 미디어가 많이 생겼다.

 그 결과 유튜브나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서로를 비방하는 이른바 '갈라치기' 문화가 팽배하다.


 갈라치기라는 단어는 세력을 가르고 난 뒤에 한쪽을 친다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이다. 자신과 같은 유형이 아니라면 편을 가르고 철저하게 배제한다는 말이다. 갈라치기 문화는 비단 남녀 갈등에서만 국한되지 않는다.


 요새 뜨거운 감자인 MZ세대란 단어도 이러한 갈라치기 문화가 배경이 되어 생겨난 대표적 말들 중 하나이다. 대중들이 말하는 MZ세대는 1990~2003년 출생자들을 의미한다.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들은 소비와 문화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며, 변화의 목소리에 적극적인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성세대인 X세대에게 달갑게 수용되지 않았다. 유교 질서와 권위주의적 문화가 바탕인 X세대와 본인만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데 적극적인 MZ세대의 대립은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MBTI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MBTI는 마이어스(Myers)와 브릭스(Briggs)가 융(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16가지의 성격 유형 검사를 말한다. 과거의 혈액형, 별자리 성격테스트와 마찬가지로 MBTI는 성격을 어느 하나의 유형으로 명확하게 규정지어준다는 점에서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지어준다는 점은 오히려 갈라치기 문화를 심화시켰다. 상식적으로 모든 성격을 단 16가지 유형으로 줄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MBTI가 인기를 끌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을 유형화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고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모든 행동의 근거로 MBTI를 가져왔다.

 타인의 성격을 MBTI만 듣고 단정 지어 버리고, 급기야 작년 어느 기업 채용 공고에는 특정 MBTI 유형은 뽑지 않는다는 경우도 생겨났다.


 남녀 갈등이든 세대 갈등이든 성격차이의 대립이든 모든 것은 타인의 의견이 수용되지 않고 각자 자신의 가치관이 중요시되는 '개인주의'가 만연한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1인가구가 늘어나고 출산율이 저하되는 지금, 우리는 개인주의라는 커다란 시대적 흐름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맞는지는 사실 난 잘 모르겠다. 개인이 각자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은 평화와 안정이 보장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평화 역시 집단의 유무형의 다툼으로 쟁취된 것이다. 자신만의 안위를 챙기는 시대에서 우리는 언제까지 평화를 지킬 수 있을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되 타인의 의견도 어느 정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판은 하되 비난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서로 간의 이해와 배려가 오히려 개인의 행복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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