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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가 살아있다면...

[너를 보내는 편지 1]

by 시호

가끔 나는 이런 상상을 한다. 만약 그가 살아있다면 지금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불가능한 질문이란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가슴 뜨겁게 누군가를 사랑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아픔인지.


이렇게 그를 생각하며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엄청난 변화다.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던 시기를 지나고 지나, 어느덧 그를 추억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 물론 이 순간에도 눈물은 쏟아지고 있지만...


어느덧 그가 떠난지도 14년이 흘렀다.


사실 그와의 첫 만남은 참으로 싱거웠다. 같은 학교 선후배지만 다른 학과였기에 마주칠 일 없는, 그냥 수많은 사람 중 하나였다. 어쩌면 수업을 들으러 오가는 길 속에서 한 두 번쯤 마주쳤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 알 이유가 없는 그런 수많은 사람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인연은 참으로 묘한 얼굴을 하고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한다. 학교 자유게시판에서 스터디 멤버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연락해 만나게 된 사람이 그였다.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쓴 모습이 영락없는 영화 '해리 포터' 주인공과 꼭 닮았다. 그래서일까. 난 지금도 영화 '해리포터'를 보지 않는다.


사실 처음 만났을 시기를 생각하면 그와 사귀게 된 것도 참 희한하다. 그는 꽤나 차가운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다. 공부에 있어서 만큼은 냉철한 그에게, 그 시절의 나는 어지간히 공부하기 싫어하는 친구였다. 취업준비로 정신없어야 할 그 시기, 공부가 하기 싫었으니 그의 눈에는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스터디 그룹 속 여자 선배 한 명이 그를 향해 남다른 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물론 당시의 나는 그런 사실을 뒤늦게 알았지만 말이다.


그는 왜 나를 만났을까.


"나를 왜 만난 거야? 묻고 싶다,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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