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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프리 yefree Aug 14. 2022

우도에서 조심해야 할 ‘이것’

제주도민 말을 들으셔야 합니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남의 말을 귀담아 잘 듣는 사람과 남의 말을 듣고도 한쪽 귀로 흘려듣는 사람이다. 후자가 나쁘다고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타인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믿은 채 앞으로 나아가는 삶의 태도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주도에서만큼은 제주도민 말을 잘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육지와 사뭇 다른 환경인 섬에서 실제로 몸으로 부딪혀 배운 삶의 빅데이터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다. 이 중요한 사실을 피를 보고서야 깨우친 나의 어리석은 이야기를 적어볼까 한다.





우도에 가기 전부터 가장 기대했던 것이 있다. 바로 전기자전거를 빌려 우도 한 바퀴를 도는 것. 해안가 바람을 피부로 생생히 느끼며 우도를 여유롭게 구경하고 싶었다. 이 사실에 한참 들떠 호텔 로비에서 떠들고 있으니, 옆에서 듣고 있던 호텔리어분께서 조심히 말을 걸어오셨다.


웬만하면 우도에 가셔서 순환 관광버스를 타는 게 좋아요. 요즘 너무 많은 전기차 업체들이 들어와서...  순환 버스를 타면 관광지에 세워주고 안전하게 우도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나는 그때 그분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설령 개미 목소리만큼 작은 데시벨로 말했을지어도, 다시 한번 확성기를 쥐어주며 말해달라 할 만큼 진심으로 들었어야 했다. 우도에 가서 자전거를 탈 생각밖에 없었던 난 그 말을 가볍게 간과했다.


우도 천진항에 내리면 수많은 삼륜차, 전기자전거, 스쿠터 대여 업체들이 호객행위를 한다. 삼륜차는 작동법이 어렵고 터무니없는 수리비 덤탱이를 씔 수 있다는 말을 많이 들은 터라 삼륜차는 빌리지 않기로 했다.



우도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은 서빈백사다. 경계선이란 말이 무색하게 하늘과 바다는 하나처럼 어우러지고, 하얀 모래자갈들은 서빈백사를 한층 더 이국적인 분위기로 만들어준다. 긴 청바지를 입어 바다에 첨벙첨벙 들어가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저 날 청바지를 입은 건 신의 한 수였다. 청바지가 아니었다면 이미 내 다리는 남아나지 않았을거다. 괜히 거친 일터에서 광부들이 작업복으로 즐겨 입었던 게 아니다.



사고의 시작은 검멀레해변에서 다시 왔던 곳 천진항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우도 자체가 원래 길이 좁고 구불한데 저 길은 더욱 좁아졌다 넓어졌다를 반복했다.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은 내리막길이라 딱히 브레이크를 잡지 않고 내려가고 있었다. 그 찰나, 반대편에서 갑자기 차 한 대가 나왔다. 앞에서 오는 차를 예상하지 못할 만큼 급커브구간이 있다는 사실에 당황했지만 이내 브레이크를 잡아 속도를 낮추려 했다.


하지만 이미 자전거는 가속도가 붙을 데로 붙었고 게다가 뒷좌석에 한 명이 더 타고 있었던 지라, 자전거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한 2m를 내리막길에서 슬라이딩해버렸다.



! 적나라한 상처 사진 주의! (다소 혐일 수도 있습니다 흑흑)



정신 차려보니 팔이며 발이며 멀쩡한 곳이 없었다. 오른쪽 발톱은 아예 절반 이상이 살과 뜯겨 날아가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그 좋던 바람도 상처에 닿자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아프고 쓰리게 느껴졌다. (바람에 소금기가 있어 더 따갑게 느껴졌나) 우리가 넘어지는 것을 본 분들이 감사하게도 보건소까지 데려다주셨다. 의사 선생님은 이 정도면 뼈가 부러졌을 수도 있으니 응급실에 가야 한다 했다.


곧 우도에서 제주도로 떠나는 배가 마지막 편이라 대여업체에 전화를 해, 죄송하지만 신분증을 되돌려받아야한다했다. 그런데 사람이 다쳤는데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한다는 말이 가관이었다.


우리도 자전거 수리비가 얼마나 나올지 모르는데, 신분증을 바로 줄 수 없죠.


나중에 변상을 하겠다해도 막무가내였다. 옆에서 듣다 기가  보건소 선생님께서 어떻게 사람이 다쳤는데 돈돈 거릴  있냐, 병원에 가야 하니 신분증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세요라고 했다. 그제야 신분증을 주겠다는 대여업체.  말은 많지만 법이 가로막기에 참겠다.  성숙한 어른이니까!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혹시나 사고를 당했다면 꼭 전기차의 상태를 꼼꼼히 사진과 동영상으로 기록해놓아야 한다. 우리는 바구니 고정 부분만 떨어진 것을 확인했고 모터와 나머지 부분이 멀쩡한 것을 확인했다. 이 사실을 얘기하자 돌아오는 대답.


어우~ 자전거 바구니만 부러졌으면 제가 돈 안 받고 그냥 가시라 하죠


 


딥빡. 나는 절대 저렇게 인류애가 한 톨도 남지 않은 인간으로는 살지 않겠다 다짐했다. 하필 그날따라 제주도 응급실에 다친 환자들이 많아 장정 4시간 정도를 기다려 봉합 수술을 받았다. 너무나 길고 고단한 하루였다.




집으로 돌아와 찾아보니 나처럼 우도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어떤 분들은 삼륜차 수리비 덤터기까지 씌어 800만 원까지 지불했다고 한다. 신분증을 되돌려 받지 못하면 배 탑승이 불가하기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렇게나 사고가 잦은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는 게 너무 화가 났다. ​대여 업체에서도 길이 위험하다거나 경사가 심하다거나 길이 갑자기 구불구불해진다거나 하는 등의 얘기를 일절 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길에 급커브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그 흔한 표지판도 없었다.


아래는 우도에 여행 가실 분들이 좋은 추억’만’ 가지고 돌아갈 수 있게 나름 참고할 만한 사항들을 정리해보았다.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모두가 위험한 해안도로

뉴제주일보 사고 위험에도 보험 가입은 “안돼”…우도 전기차 ‘사각지대’ 기사 사진 발췌


나는 최소한 차가 다니는 도로와 관광객들이 많이 타는 삼륜차, 스쿠터, 전기자전거 등등 이동수단이 다니는 도로가 분리되어 있을 줄 알았다. 분리는커녕, ​도로는 거의 흡사 도떼기시장이다. 도로엔 온갖 이동수단과 보행자들이 한데 뒤엉켜 아슬아슬한 주행을 한다. 나도 자동차가 반대편이나 뒤에서 올 땐 아예 멈춰 서서 앞으로 보낸 후에 다시 출발했다.



2. 운전면허 소지자만 삼륜차 운행?

뉴제주일보 사고 위험에도 보험 가입은 “안돼”…우도 전기차 ‘사각지대’ 기사 사진 발췌


우도에는 이런 삼륜차들이 정말 많다. 운전면허를 소지한 사람만이 이 삼륜차를 운행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자동차와 이 삼륜차 조작법은 많이 다르다. 대여 업체 사람들도 솔직히 삼륜차는 사고가 많이 나는 편이라고 말했다. 조작법이 자동차보단 오히려 오토바이에 가까워서 오토바이나 스쿠터를 한 번도 안 몰아봤으면 작동하기 어려울 거라 했다.


그리고 자동차와 달리,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가 바로 외부환경에 노출될 수 있는 구조이므로 더 크게 부상당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3. 잦은 사고 발생


소비자센터에서 조사한 제주도 여행용 이동수단 사고 현황이다. ​보다시피 정말 사고가 잦은 편이다. 내가 다치고 응급실에 가는 택시를 탔을 때도 택시 기사님이 “어휴, 우도에선 왜 이렇게 다리를 다쳐 나오는 사람들이 많은가 몰라”라고 하실 정도였다. 우도 보건소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는 듯 놀라는 기색도 없었다.



4. 소비자센터 주요 상담사례


여행 온 사람들의 설렘 가지고 이런 장난은 인간적으로 치지 말자고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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