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좋아
브런치에 글을 쓴 이래로, 처음 악플이 달렸다. 얼마 전 '월급통장에 800만 원이 찍히면 행복할까?'라는 글을 썼다. 자칫하면 자랑하는 글로 비칠 것 같아, 현재 회사가 제공하는 다른 좋은 조건들에 대해선 일부러 싹 뺐다. 대신 월급을 처음 봤을 때 나의 마음에 집중하고 싶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글을 읽고 공감해주셨다.
좋아요 행진만 지속되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악플러들이 일깨워줬다.
'옛다 관심'
'있어 보이게 글을 썼지만, 결국 은근 자랑하고 싶은 부류'
'개 빡치네 220 받아봐야 저런 소리 안 하지'
'행복하지 그럼 안 행복하냐?'
'모두가 아는 심심한 이야기'
'배부른 소리 한다'
등등
악플을 읽는 내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내가 이 돈을 벌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지들이 어떻게 아는데? 내가 더 돈을 번다고, 지들 월급이 삭감되는 것도 아닌데 왜 난리들이지?' 기분이 매우 나빴다. 브런치 화면에서 종모양 알림 옆에 초록색 버튼이 생길 때마다, 또 악플이 달린 건 아닌가 누르기 두려워졌다.
하지만 이내 내심 계획대로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논란이 되는 글을 써보는 게 나의 브런치 목표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나도 다른 브런치 작가님의 글에서 본 말이었다. 한창 반일감정으로 상황이 좋지 않던 터에, 그분이 쓴 일본 글 밑으로 악플이 어마어마하게 달렸다고 했다. 풀이 죽어있던 작가님에게, 논란이 되는 글을 써야 진정한 작가로 거듭날 수 있다고 누군가 얘기해주셨다고 한다.
지나치게 방어적인 글은 나무랄 덴 없지만, 어딘가 밋밋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국, 너무 방어적인 태도와 글은 나를 더 이상 발전시킬 수 없다. 평소에도 나는 방어적으로 말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가령 이런 식이다. 내 주장을 펼치고, 곧이어 상대방이 제기할 수 있는 비판에 대하여 미리 소거하는 식이다.
<나의 주장> 겨울엔 주머니에서 양손을 빼고 걸어야 한다.
<비판 예측> 너무 추운데 어떻게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을 수 있냐고 되물을 수 있다.
<반박 근거> 그럴 경우, 장갑을 착용하고 적어도 주머니에서 한 손은 빼는 것이 좋다. 만일 미끄러운 빙판에서 넘어졌을 경우 더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 보일 순 있지만, 남의 비평과 비판을 받아봐야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예측하지 못한 반응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자세와 또 그에 대한 반박 논리를 제시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악플러들이 뭐라 하든 앞으로도 논란이 될 수 있는 글을 계속 써 내려갈 예정이다.
Photo by minho jeong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