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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프리 yefree Jun 17. 2022

'두발자유'의 나라, 독일

독일 캠퍼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 첫 번째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 머리 못 자르겠다 하는 애들만 일어나"


항상 학생들의 편의를 먼저 생각해주신 담임 선생님도  이상 교무부의 압박을 이기기 힘드셨던 것일까. 카라 깃에 닿이지 않을 만큼 머리카락을 손질 해오라 했지만, 자르지 않은 우리들을 향해 던지신 말이었다. 시베리아 바람 같은 냉기가 교실을 감도는데,  친구가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났다. '  대단한 '. 속으로 생각했다. 친구의 용기 있는 선빵에 다른 아이들도 우물쭈물 일어났다. 마치 일제 단발령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 모두 결연한 표정을  채로. 나에게 '두발자유' 가질  없는 것이었기에  유쾌한 말은 아니었다.


뜻밖에도 지구 반대편의 나라에서 진정으로 실현된 '두발자유'를 봤다. 내가 다녔던 독일 대학교는 비교적 소도시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정말 많았다. 원래 다양성은 모수와 비례하는 것이니, 그만큼 일평생 접해보지 못한 다양한 학생들을 만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양한 '머리(Head)'를 많이 봤다. 파슬리 같은 쨍한 초록색 머리는 점잖은 양반에 속했다. 할리퀸처럼 정확히 한쪽 머리는 분홍색, 다른 쪽의 머리는 금발인 학생도 있었고 머리를 빡빡 밀고 빈틈없이 문신을 그려놓은 학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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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저렇게 온 두피에 문신을 하면 안 아픈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신기해하나 싶어 주위를 두리번 살펴봤다. 그런데 그 친구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는 정말 단 한 명도 없었다 (나 말고). 단순히 타인을 배려해서 관심 없는 척하는 게 아니라, 본인들 할 것 하느라 신경을 아예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이게 자유로운 유럽 문화구나, 나도 그만 쳐다봐야지' 라 생각하고 눈길을 거두려던 찰나, 그 학생이 뒤를 돌아봤다. 순간 숨을 헙 들이마시고 눈을 깔았다. 뭐야. 나 지금 설마 쫄아서 눈 피한거 아니지? 몇 마디 섞어보니 아주 나이스한 청년이었다.


성인이  지금,  이상 두발단속을 당하지 않는다. 나의 선택과 행동을 오로지 책임질  아는 나이인 20살이 되자 두발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그런데 독일 캠퍼스에서 봤던 학생들처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난 '두발 자유' 누리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타인의 시선과 평판을 지나치게 신경 쓰느라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놓치며 살았던  아닌지 뒤를 돌아보게 된다. 니체는 진정한 삶의 주인은 다른 누구의 판단이나 평가가 아닌 스스로 내린 평가에 따라 사는 사람이라고 말을 했다.  오늘도 내일도  삶의 주인이고 싶다.


니체는 '선과 악'을 노예의 도덕이라 말한다. 절대적이고 유일한 진리를 따라 사는 사람은 노예, 거기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주인. 진정한 삶의 주인은 다른 누구의 판단이나 평가가 아니라 스스로 내린 평가에 따라 사는 사람이고, 나에게 좋은 것은 선택하고 나쁜 것은 거부하는 사람이며,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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