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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프리 yefree Aug 07. 2022

독일 대학교에서 제일 놀랐던 점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엔 유통기한이 없다




내가 독일 대학교에 다니면서 이것만큼은  지키려  것이 있다. 바로 수업 첫날에 늦지 않는 . 나로 인해 괜히 아시아인은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는 편견을 만들어내고 싶지 않았다. (일반화하는 놈들이  나쁘지만,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편견을 가지게 된다) 게다가 독일 캠퍼스는 은근 길이 복잡한 미로 같았기에, 미리 30 정도 일찍 강의실에 도착해서 기다리는  마음이 편했다.


영어수업 첫날이었다. 일찍 도착한 나는 내가 가장 먼저 온 학생일 거라 생각하고 문을 열었다. 그런데 웬걸, 강의실에는 종이 신문을 읽고 있는 연세가 지긋한 백발노인이 앉아있었다. 순간 내가 강의실을 잘못 찾아왔나 싶어 다시 한번 확인했지만 틀림없이 여기가 맞았다. 잠시 신문을 읽기 위해 빈 강의실을 찾아 앉아계시구나 생각했다. 수업시간이 다가오자 다른 학생들도 하나둘씩 도착했다. 근데 아무도 그 백발노인의 존재를 의심하지도, 신경 쓰지도 않았다.


교수님이  명씩 호명하며 출석체크를 하는데,  노인도 나와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   명이었다. 수업 중간중간에 모르는 것은 자신 있게 손을 들어 질문하는  노인을 보며,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대단하다 생각했다.  할아버지 말고도 40 후반으로 보이는 러시아인 아주머니와도 수업을 같이 들은 적이 있는데, 법학을 공부한다고 하셨다. 법을 공부하고 싶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는 그분을 보며  많은 감정과 생각이 나를 치고 갔다.


내가 본 그들은 여느 다른 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시험이 너무 어렵진 않을까 걱정하고, 조별과제에 대해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다음 수업에 늦을세라 무거운 전공 책을 들고서 황급히 뛰어가는 평범하디 평범한 학생 들 중 한 명이었다.


종종 나이 때문에 무언갈 하기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땐, 난 자주 그들을 떠올린다. 노인의 흰머리가 아닌, 당당하게 손을 들어 질문하던 굳쎈 주먹을. 아주머니의 눈가주름이 아닌 다시 공부하고 싶었다며 활짝 웃던 그 표정을 기억한다. 그들은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엔 유통기한이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나 또한 세월을 핑계로 스스로 인생의 유통기한을 턱없이 짧게 정의내리는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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