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프리 yefree May 28. 2022

독일에서 재채기하면 듣게 될 말

낯선이와 대화하는 즐거움


당신이 비행기를 타고 시차가 7시간이나 나는 독일로 갔다고 상상해보자. 길을 걷는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코가 간지러워 재채기가 나오기 일보직전이다. 단순한 감기 기운일 수도, 바람에 불어온 이름 모를 꽃가루 때문일 수도 있다. 결국 그 간지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재채기를 하는데 바로 옆에 독일인이 지나가며 “Gesundheit! (게순트하이트)”라 말한다.


? 방금 내가 잘못 들었나? 분명 길거리엔  사람이랑 나밖에 없었는데.. 가만  ? 개준하? 지금 나보고 설마 욕한건 아니겠지?’ 라며 스스로를 오해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길 바란다. 발음은 거친 사포 재질이지만  뜻은 부드러운 티슈에 가깝다. 일종의 ‘ 블레스  같은 말로 당신의 건강을 염려해주는 말이다. 따라서 가볍게 눈인사하며 “Danke (당케)” 고마워라고 대답하면 된다.


쌩판 모르는 남이 축복을 빌어주 , 독일에서 스몰톡은 매우 일상적이다. 어쩌다 같이 엘리베이터에 타게  이웃 주민과 슈퍼마켓 직원과도 오늘 날씨와 기분이 어떤지 핑퐁처럼 말을 주고받는다. 일면식도 없지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좋은 하루 보내라고 따스하게 말해주는  삶의 방식이 좋았다.



사람은 둘러싸인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한국으로 돌아와 스몰톡은 커녕 타인과 애써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는 나로 점차 변했다.  옆을 가린 경주마마냥 내가 가야  곳만 바라보고 걸었다. 바쁜  삶에 조금도 타인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그러던 어느 날, 집 앞 편의점에 들렸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눈을 한 껏 내려깐 채 단말기에 카드를 꽂고 계산이 다 되어 곧장 나오려 하는데, 사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내가 눈을 들어 마주치기를 기다리셨던 것 같다. 그냥 나가기가 머쓱해서 요즘에도 운동을 열심히 하시냐고 물어보았다. (종종 편의점에 갈 때마다 손님 없는 시간을 이용해 운동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요즘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을 한다며 나중에 더워져 옷이 얇아지면 단련한 근육들이 더 잘 보일 거라고 웃으며 답해주셨다. 그 진지한 포부 덕분에 짧지만 나도 잠깐 웃을 수 있었다.


 맞아,  이런  좋아했었지.’ 낯선이에게 과도한 경계심을 가지지 않고 가볍게 대화하는 일상을 좋아했는데 어느샌가  사실조차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발이 서있는 곳이 달라진  아니라, 결국  마음가짐이 달라진 거였다. 취직과 같은 것들이 우선순위가 되어 그게  삶의 여유를 말라가게 하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했다. 다른 것들이 내가 좋아했던 것을 잊게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작정이다.  발이 어디에 서있든, 어떻게 살아갈 건지 결정하는  온전히  마음에 달렸기 때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