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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스타 영어 공부방이 되다

소문난 스타 영어 공부방

100만 원만 벌어도 좋겠다.


집에서 급작스럽게 영어 공부방을 시작한 때의 내 마음은 그랬다.

전업주부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하고 돈을 벌게 되는 날이 올 지는 몰라서 첫 마음이 이랬을 것이지만,

이 일은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영어에 관한 이야기라면 날 밤을 새워서라도 할 수 있고, 

하고 싶었던 그때에, 하고 싶은 말을 실컷 하고 사람들을 설득하며 돈까지 벌 수 있다는 것은 마치 행운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일을 하고 돈까지 벌게 되는 행운이 어느 날 내게 온 것이다. 매일매일 신바람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고 나의 흥분과 열정은 다른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사람들은 열정을 가진 사람에게 끌리기 마련이다. 새로 확장한 나의 영어 공부방은 상담을 원하는 엄마들로 늘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처음 생각한 100만 원이라는 금액은 한 번도 벌어 본 적이 없었다. 왜냐면 이미 몇 배를 훌쩍 넘어서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신기하고 감사했다. 14년이 지난 지금도 학원일이 힘들고 지칠 때엔 나는 그 첫 마음을 떠 올린다. 떨리고 감사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며 다시 마음을 다 잡는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때의 첫 마음을 떠올리면 뭉클하고 떨려온다. 참 행복한 시절이었다.







어쩌다 신비주의


 공부방과 집을 분리하고 확실하게 판을 깔게 되면서 나는 더욱더 바빠졌다.

공간이 넓어졌으니 더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서 동네 아파트 네 개의 단지 게시판에 홍보물(예전엔 문어발이라고 불렀다)을 붙였다. 아주 심플한 내용의 홍보물이었다. 어디 인쇄소나 마케팅을 하는 곳에 의뢰한 것도 아니고 A4용지에 한글로 타이핑해서 집에 있는 프린터기로 출력한 단출한 홍보물이었다. 단출한 홍보물이었지만 그 반응은 놀랄 만큼 뜨거웠다. 무심히 서있다가 엘리베이터 타기도 바쁠 텐데  나의 홍보물을 읽고 문어발의 전화번호를 떼 가서 내게 전화까지 하는 사람들이 나는 마냥 신기했다. 전화도 많이 받았고 아름아름 엄마들의 방문도 많았다. 한동안은 거의 매일 상담을 하고 대여섯 명부터 서너 명까지 모아 놓고 작은 설명회도 많이 했다. 영어는 언어이니 듣기부터 해야 한다는 그 말을 나는 매일매일 했다. 해도 해도 질리지 않는 말이고 오직 하고 싶은 말은 그 말뿐이었다. 수업하는 것도 즐거웠지만 엄마들과의 상담은 더 즐거웠다. 상담을 하면서, 내가 내입으로 말을 하면서도 소름이 돋을 때가 있었다. 그 당시의 영어수업이라는 것은 지금도 그렇지만 아이들은 누구나 파닉스를 배우는 걸로 그 시작을 했다. 엄마들은 공식처럼 한치의 의심도 없이 이 길을 따라가고 있었는데 어떤 여자가 영어를 파닉스부터 하지 않고 영화를 보는 것으로 시작하겠다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공부방에서 공부는 하지 않고 영화를 보여주겠다고 이 여자는 말을 하고 있는데 엄청 신나고 들뜨고 확신에 차서 미친 사람처럼 외치고 있으니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은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물론 영화만 보는 것은 아니었다. 책 집중 듣기도 하고 책 읽기도 한다고 했다. 영화를 보여주겠다는 말에 불안해하다가도 책을 엄청 많이 읽힌다는 말에 엄마들은 안심했다. 엄마들은 나처럼 자신이 그동안 배워온 영어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내 말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일정 정도는 수긍했고 나의 공부방에 아이들을 보냈다. 1층에 위치한 나의 공부방은 간판도 문패도 현수막도 아무것도 없었다. 모르는 사람이 지나며 보면 그냥 평범한 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지만 그 집은 평범한 집이 아니었다. 나의 공부방은 이름도 없고 밖에서 보면 조용조용했지만 그 안은 늘 아이들로 꽉 차있었다. 엄마들은 여전히 나의 공부방을 찾았고 나의 공부방은 1년도 안돼서 동네의 스타 공부방이 됐다. 물론 여전히 간판도 문패도 없고 명함도 없이 신비로움에 휩싸여 있는 채였다.






족집게 영어 코칭의 시작


 지금은 코칭이라는 말을 흔하게 들을 수 있지만 내가 공부방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코칭이라는 말은 그리 흔하지는 않았다. 생각해보면 나의 공부방은 일종의 코칭이었고 나는 아이들이 자연스러운 영어를 갖게 해주는 코치 역할을 했다. a, b, c도 모르고 처음 영어를 시작하는 친구, 어딘가에서 파닉스를 마치고 온 친구, 국제학교를 다니다 온 리터니, 영유를 졸업하고 대형학원을 다니다가 숙제가 밀리고 학원 가기를 싫어해서 온 친구 등등, 각양각색의 아이들이 나의 영어공부방을 찾았다. 그 아이들의 현상태를 진단하고 바로 그 상태에서 시작하게 해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었다. 아이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었으나 대체로 영어 소리의 노출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대부분은 파닉스를 배우는 것으로 영어의 첫 시작을 한 아이들이었다. 읽을 수는 있어도 귀는 막혀 있는 상태가 많았다. 파닉스를 시작으로 영어 읽기를 하는 아이들은 매우 경직된 발음으로 단어를 읽었다. 읽어나가다가도 규칙에 조금 벗어난 단어를 만나면 내 눈치를 보면서 가만히 있었다. 많이 들어야 발음도 유창 해질 텐데 음가를 배우는 것으로 시작한 발음들은 유창하기보다는 경직될 수밖에 없다. 그런 아이들은 집중 듣기를 시작하면 발음도 같이 좋아진다. 아이의 읽기가 시원찮고 또르륵 굴러가는 발음으로 유창하게 읽기를 원하는 엄마들은 아이가 나랑 같이 두 달 정도만 수업을 해도 읽기의 유창성이 좋아지는 것을 보며 놀라워했다. 또한 영유를 졸업하고 대형 어학원에서 과제와 테스트에 지쳤던 아이들이 나랑 같이 수업을 시작하고는 닫혀있던 말문이 다시 열려 집에서 자연스레 영어가 튀어나오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렇게도 굳게 닫혀있던 아이의 입이 나와 함께 수업한 지 두 달 만에 다시 열렸다고 신기해했다. 집에서 엄마표 영어를 하고는 싶지만 여러 사정으로 할 수 없었는데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엄마들도 많았다. 나는 다양한 경우의 아이들을 만나고 엄마들과 상담했다. 자연스럽게 나의 공부방은 소문이 났다. 공부방을 확장한 지 2개월도 지나지 않아 나는 더 이상 학생을 받을 수가 없었다. 정원은 이미 마감됐고 상담을 하려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동네에서 엄마들 사이에 이슈가 됐다. 한번 소문이 나기 시작하자 그 소문은 인근 동네로 퍼져 나갔다. 







공지 1주일 만에 전좌석 마감되는 전설의 리딩캠프



 겨울방학특강으로 시작했던 영어공부방을 네 달 만에 32평 아파트로 독립했고  독립한 지 2개월 만에 여름방학을 맞았다. 나는 당연히 여름방학에도 방학특강인 리딩캠프를 계획했다. 하루 3시간 영어 노출은 자연스러운 영어 습득의 기본 조건이라 나는 방학마다 이 특강을 하려고 굳게 맘먹고 있었다. 방학마다 3시간씩 매일 영어 소리에 노출하고 그중에 45분을 소리 내서 책을 읽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는 있으나 아이들은 맘껏 영화를 보고 자연스럽게 영어 소리에 빠져들 수 있는 이 리딩캠프를 의외로 좋아했다. 시험도 없고 단어 암기도 없는 세상 어디에도 없이 툭 튀어나온 이 리딩캠프를 아이들뿐만 아니라  엄마들도 좋아했다. 특강 공지를 내부 재원생에게 올리자마자 엄마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재원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학원에 적을 둔 학생들의 엄마들도 어떻게들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여름방학 동안 오전에 3시간씩 매일 영어의 바다에 푹 빠져보자는 의미의 방학 리딩캠프에 보내고 싶어 했다. 여름방학 리딩캠프는 일주일도 안돼서 전좌석 마감됐다. 그 열기가 너무 뜨거워서 나는 좀 어리둥절할 지경이었다. 어느 해엔 지역 맘 카페에 공지했는데 대댓글 포함 댓글이 120개가 달리는 기염을 토했다. 그렇게 시작한  리딩캠프는 올여름방학으로 27회를 맞았다. 코로나로 우울한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지난여름방학에도 무사히 안전하게 리딩캠프를 마쳤다. 그렇게 나의 리딩 캠프는 전설의 리딩캠프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고 올 겨울 방학엔 28회째를 맞게 된다.

지역 맘 카페에 무료 홍보했던 2017년 리딩 캠프, 대댓글 1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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