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저기 창밖에 김훈이 간다.


추석 연휴 내내 카페에 갔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약간의 집안일을 하고

주섬주섬 노트북을 챙겨서 카페로 갔지요.


시답지 않은 글과 몇 시간을 씨름하다가

지치면 집으로 돌아갑니다.

저녁 먹고 다시 카페로 갑니다.

알바생이 이제는 좀 더 익숙하게 인사를 합니다.

지정석은 아니지만 창가 자리를 얼른 safe 합니다.

또다시 되지도 않는 글과 씨름합니다.


브런치에, 블로그에 글을 발행해도

내 글은 구천을 떠돕니다.


하....

한숨을 쉬며 창밖을 보는데 바로 앞 건널목에

흰머리의 작가가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습니다.

그는 김훈입니다.


정발산 밑 어디메에 산다더니

나랑 같은 구민인가 봅니다.


흰머리의 그는 머리는 희지만 젊고 싱싱하고 힘센 문체를 갖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 칼의 노래의 서문을 15년도 전에 지하철에서 읽었습니다.

그 서문을 읽고 느닷없이 눈물이 솟구쳐서 당황했던 그 겨울을 잊지 못합니다.


연필을 꾹꾹 눌러가며 글을 쓴다는 김훈

생니 몇 개가 빠질 정도로 글을 쓴다는 김훈


저기 건널목에 그가 있습니다.

흰머리의 김훈이 저기 건널목을 건넙니다.

그는 김훈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 작가라는 이상한 명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